[CIO BIZ]“IT가 경쟁력”…삼성의 1조 투자 `일류화 프로젝트`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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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일류화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들의 글로벌 경영 수준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한다. 목표는 ‘삼성전자만큼’이다.

 올 상반기 이래 추진하고 있는 전사자원관리(ERP) 일류화 프로젝트에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삼성전자 글로벌 ERP 시스템이다. 같은 시스템을 전파해 핵심 프로세스 노하우를 옮겨 심는다는 발상이다. 삼성전자의 빠른 성장에 내부 업무용 IT 경쟁력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IT를 프로세스 및 룰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삼성은 1조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류화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및 컨설팅 인력 등을 포함해 국내 전문가 1200여명이 집결해 있다. 서초 삼성 사옥에 공간이 부족하자 강남역 근방에 사무실을 통째로 임대해 전략적 근거지도 마련했다.

 ◇계열사 균등성장 유도=지난해 삼성그룹 전체 매출 220조원 가운데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약 70%(154조원)를 차지했다. 5년 전만 해도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매출비중은 50% 수준이었다. 그룹 성장을 삼성전자 등 일부 주력 계열사의 질주가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60여 삼성 계열사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30%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전자가 ‘전자(前者)’요, 삼성전자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들은 ‘후자(後者)’란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도 이처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다.

 그룹이 고민한 것은 바로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들의 성장 방안이었다. 해결책으로서 삼성전자를 모델로 그룹 차원 경영체질 개선활동에 착수한 것이다. 삼성전자 IT 기반 업무 혁신 활동은 해외 유수기업도 앞다퉈 배우려는 세계 일류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전파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SAP 패키지를 기반으로 노하우를 집결해 개발한 글로벌 ERP 시스템은 지난 2010년 1월 완성됐다. 세계 120개 이상 법인을 단일 시스템으로 연결한 세계 최대 규모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전사 업무에 관여된 이 시스템에는 삼성전자가 성장하며 갈고닦아 온 글로벌 경영 노하우가 녹아 있다.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시스템과 함께 재고 물량을 최소화하고 세계 어느 곳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를 파악해 위기 때마다 삼성전자가 이를 극복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또 1997년 ERP를 도입한 후 10여년간 뼈를 깎는 혁신을 입힌 산물이다. 때로는 실수에서 보강점을 찾고, 강제화로 프로세스와 하나가 된 삼성전자 경영 시스템을 계열사에 전파해 이들의 글로벌 경영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윤종용, 최지성,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핵심 경영진의 ‘룰과 프로세스’ 경영 리더십도 ERP와 SCM 등 시스템 기반 프로세스 혁신으로 구체화됐다. 소니 등 일본 기업과 해외 언론도 삼성의 ‘속도경영’ 비결을 이 같은 시스템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그룹 표준 ‘S-ERP’ 탄생…시스템 코드도 통일=그룹 내에서 이전부터 삼성전자 경영 혁신 벤치마킹은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 임원 혹은 CEO가 계열사에 전배돼 삼성전자에서 경험한 시스템 경영을 이끌거나 계열사 관계자들이 삼성전자 해당 사업부를 벤치마킹 방문, 때로는 삼성전자 현업 당사자를 초빙해 강의를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 초 그룹 미래전략실이 부활, 컨트롤타워의 등장으로 체계적인 혁신 활동이 가능해졌고 전문 조직도 만들어지면서 그룹 차원 움직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한 해에 4~5개 계열사씩 ERP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1차 일류화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된 계열사는 삼성정밀화학,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삼성코닝정밀소재 4개 기업이다.

 빠른 성장이 이뤄져야 하지만 ERP가 다소 낙후된 기업을 중심으로 1차 선정이 이뤄졌다. 다소 최근에 ERP를 정비한 기업은 후순위로 배치됐다. 그룹은 향후 몇 년간의 장기적인 추진 로드맵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6개월의 프로세스 혁신 기간과 6개월의 시스템 구축을 가이드라인으로 권유하고 있다. 지난 7월 프로세스 혁신에 착수한 4개 기업은 내년 1월 ERP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 6월 완료하는 일정이다.

 삼성그룹 일류화 프로젝트는 금융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만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SAP 패키지 도입을 추진하는 이례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룹이 4개 기업 ERP 구축 이외에 공통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항 중 하나는 기준정보 표준화 작업이다.

 모든 계열사가 대상이다. 혼돈을 막기 위해 ‘업종별’로 표준을 마련한다. ERP 시스템 포맷과 용어를 통일하는 것으로 한 기업당 평균 100여개에 이르는 시스템 코드와 용어를 업종별로 통일하는 대단위 작업이다.

 기준정보 표준화 작업으로 삼성그룹은 마치 한 회사처럼 데이터를 집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속도’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계열사 간 거래에서도 별도 데이터 변환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렇게 만들어진 삼성만의 ERP 시스템 템플릿을 ‘S-ERP’라 이름 짓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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