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는 30년 역사를 집대성한 ‘혁신, 열정, 성공:EMC 스토리’라는 기념서적을 발간했다. 이 역사서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두 쪽에 걸쳐 김경진 한국EMC 사장에 대해 조명했다는 점이다.
EMC는 진출한 세계 83개국 가운데 한국이 미국을 제외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이 2003년부터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해 한국EMC의 역동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외장형 디스크 스토리지 시장에서 거둔 30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기록도 김 사장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김 사장은 “EMC 역사를 집대성한 책에 한국EMC 성과가 단독으로 소개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EMC 임직원 열정과 노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며 자신이 아닌 한국EMC 모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책 평가대로 김 사장은 한국EMC에서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1999년 영업전략 프로그램 이사로 한국EMC에 합류한 이후 거의 매년 승진을 기록하며, 4년 만인 2003년 사장에 선임됐다.
5년 후인 2008년엔 EMC 아·태지역 출신 임원 최초로 본사 부사장에 발탁됐다. 지난해에는 본사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EMC 아·태지역 지사장 중 최초다. 그가 수명이 길지 않은 다국적 기업 한국지사장으로서 오히려 승진을 거듭하며 9년간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그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4위까지 추락했던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사장 취임 후 처음 주어진 미션이었다. 이를 위해선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 정립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심한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김 사장은 “전 직원을 일일이 면담하면서 고민과 요구사항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본사와 관계와 서비스 체계 정립도 하나하나 추진해 나갔다. 인수합병이 많아지면서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지자 굿모닝EMC(GME)라는 교육 세션을 통해 직원이 지식을 쌓도록 독려했다. 노력의 성과는 오래가지 않아 나타났다. 그 다음해 바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최근 김 대표의 관심사는 빅데이터와 가상화다. 폭증하는 데이터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가상 데스크톱(VDI)을 중심으로 가상화 시장에서 토털서비스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는 “앞으로 EMC의 50년, 100년 역사서에서도 한국EMC 성과가 모범 사례로 소개될 수 있도록 기반을 공고히 해두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