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 환경 변화가 너무 빨라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들 의식 속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변화 예측은 이제 생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SDS가 개최한 TLC(Thought Leadership Conference) 2011에서 하우 L 리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의 ‘격변의 시대, 전략적 대응으로 주도권을 잡아라’는 기조강연 내용은 의미가 있다. 이어 진행된 제프 루사코 야후 부사장 겸 최고고객책임자(CCO)의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컨버전스 트렌드’라는 기조강연 내용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격변의 시대 전략적 대응으로 주도권을 잡아라’
하우 L 리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민첩성(Agility), 적응성(Adaptability), 일치(Alignment)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하우 L 리 교수는 오늘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시장 요구가 다양해 비즈니스에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 스스로가 혁신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민첩성이 우수한 기업으로 패션 기업인 자라를 꼽는다. 자라는 신속하게 고객 요구를 반영해 의류를 출시하는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기업이다. 자라의 생산·판매 주기는 매우 짧다. 실제 디자인을 해서 판매를 위해 출시가 이뤄지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23~30일에 불과하다. 매주 신상품을 출시한다. 공급망관리(SCM) 혁신으로 자라는 1990년 이후 매년 20%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자라 SCM 혁신은 △빠른 디자인 △제품생산·유통 효율화 △가시성 확보 △정보시스템 통합 △명확한 계획 및 반응 프로세스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도 민첩성이 우수하다. TSMC는 막대한 돈을 들여 내부 정보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SCM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된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TSMC는 협력업체에, 고객에게 정보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TSMC는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는 데 고객이나 협력업체 도움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르노는 적응성이 우수하다. 르노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동유럽국가 상대로 가격이 저렴한 차를 출시했다. 그러나 의외로 예상하지 못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판매가 늘어났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 공장이 필요했다. 르노는 아프리카 모로코를 추가 공장 설립 국가로 선정했다. 모로코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지리적으로 가깝다. 그러나 이보다는 모로코가 EU와 경제협력을 맺고 있다는 것이 공장설립 부지로 결정된 더 큰 배경이다. 르노는 모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EU에 준하는 원산지를 인정받아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프랑스, 스페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밸류체인에서 이해관계자와 일치하는 데 성공적인 기업으로는 스타벅스가 제시됐다. 스타벅스는 원두를 공급받는 중남미, 동남아시아 국가 농장을 대상으로 리스크와 이익을 함께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가난한 농장이 망하게 되면 스타벅스는 또다시 새로운 공급원을 찾아야 하는 곤란을 겪어야 했다.
중국 4자물류(4PL)업체인 PCH는 고객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은행과 연계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고 PCH도 고객을 잃지 않게 됐다.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컨버전스 트렌드’
제프 루사코 야후 부사장 겸 CCO
“과거 혁신을 기업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다.” 제프 루사코 야후 부사장은 최근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열풍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이끌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만들어 낸 혁신이 기업 내부 업무 효율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모든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은 PC에만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냉장고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들어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어떤 디바이스든 간에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아 쉽게 이용하고 싶어 한다. 내가 어떤 디바이스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내가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는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한 배경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소비자가 만들어낸 혁신 방안 중 하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디바이스뿐 아니라 가정, 직장에서 여러 사람의 디바이스를 하나로 묶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한 명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저장해 놓으면 다른 가족들도 이를 찾아서 볼 수 있다. 누가 사진을 찍어 올려놨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자는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대형 병원은 다양한 장비와 의료기기들이 도입된다. 다양한 장비들과 함께 시스템들도 구축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장비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그동안 IT를 생각하는 사람들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IT도 전기처럼 유틸리티로 변화돼야 한다. 아무데서나 찾아서 사용하고 그리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디바이스 판매 모델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디바이스 가격이 낮아지면서 노트북 등은 자동판매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도 쉽게 판매된다. 이로 인해 전자상품 전문판매점이 문을 닫고 있다. 서킷시티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베스트바이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과거 인터넷 전문기업들이 수행하던 역할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터넷 전문 포털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정보를 생산, 유통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10억명이 넘는 인터넷 유저들이 각자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수많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어떤 산업에 있든지간에 서로 관계를 맺는다. 더 이상 기업들은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가 변하는 속도에 맞춰야 한다. 이미 혁신은 소비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업만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기존 밸류체인은 일부 없어지고 변화됐다.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들어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