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서비스 품질을 둘러싸고 KDDI와 소프트뱅크의 날카로운 설전이 이어졌다. 최고경영자까지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겉으론 아이폰 신규 가입자 확보에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지만 속내는 애플의 압력에 전전긍긍하는 일본 통신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 14일 아이폰4S 출시 기념행사에서 다나카 다카시 사장은 “우리가 시키지 않았습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1호 고객인 한 여성이 KDDI 선택의 이유를 묻자 “소프트뱅크 아이폰은 베란다에 나가야 터진다고 들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은 웃음으로 넘쳤지만 KDDI의 공세는 이어졌다. 다나카 사장은 “우리는 산 위에도 기지국이 있다”라며 인프라 우위를 강조했다. KDDI의 아이폰4S 데이터 통신요금은 소프트뱅크보다 570엔 비싸다. KDDI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로 비싼 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포화는 소프트뱅크가 먼저 쐈다. 지난 7일 손정의 사장은 아이폰4S 요금 정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미야카와 준이치 전무는 “(KDDI 통신 규격으로는)앱을 사용하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미야카와 전무는 소프트뱅크 CTO다.
이에 앞서 5일 손 사장은 “이론상 소프트뱅크의 속도가 KDDI보다 빠르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손 사장과 미야카와 전무의 발언은 모두 소프트뱅크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KDDI는 즉각 반발, “통신 속도는 기지국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의 문제”라며 “어디가 더 빠른 지는 써보면 금세 알 수 있다”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날 선 공방은 단순한 경쟁 때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요구 조건이 배경이라는 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아이폰을 파는 다수의 대리점 관계자 말을 인용, 통신사가 “목표 미달 시 아이폰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단지 판매 할당량뿐 아니라 대리점은 직원 교육 등 다양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배경에는 애플의 요구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요구 조건은 브랜드 유지와 판매 목표 등이다. 애플 일본 법인은 “개별 계약은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