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진화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정보통신기술(ICT)은 이제 한 부분에 불과하다. 진화된 디지털 기술은 이젠 기술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와 융합된 형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CIO는 이제 IT만을 담당하는 임원이 아니라 IT와 비즈니스를 함께 관장하는 임원으로 변화돼야 한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메가트렌드를 소개하고 정보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가트너 IT심포지엄이 16일부터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됐다. 전자신문 CIO BIZ+는 심포지엄 개막에 맞춰 가트너에서 CIO리서치를 총괄하는 존 로버츠 부사장을 만났다.
“16일부터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가트너 심포지엄·IT엑스포 2011’은 CIO 당면 문제를 해결해주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복잡성의 단순화, 포스트 모던 비즈니스, 창의적인 파괴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질 것입니다.” 존 로버츠 가트너 부사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이 같이 말한다.
존 로버츠 부사장은 “전 산업에 걸쳐 급격한 환경변화와 ICT 진화로 대부분 CIO들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CIO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존 로버츠 부사장과 일문 일답.
-이번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핵심 주제가 복잡성에 대한 단순화다. 무슨 의미인가.
▲정보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얘기다. 그동안 CIO들은 현업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예(YES)’라고만 대답해 왔다. 너무나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얽히게 되고 데이터도 복잡해졌다. 이 결과 현업에서 하나로 통일된 데이터를 요구하면 시스템 복잡성으로 즉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복잡성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CIO들이 이 복잡성을 어떻게 단순화시켜야 하는지.
▲CIO들은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시스템을 통합하던, 재설계하던 그것으로 인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 기술로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프로세스·기술이 함께 어우러진 그런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접근 방식은 빅뱅 방식이든, 단계적 방식이든 중요하지 않다. 프로젝트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변화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른것은 없다. 각 환경마다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두 번째 주제가 포스트 모던 비즈니스라고 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포스트 모던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젠 IT도 고객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소셜컴퓨팅, 상황인식컴퓨팅 등을 통해 고객 관점에서 공급 사슬 전체를 연결시켜줘야 한다. 예를 들어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고객이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고객 마음을 읽어 레드와인 이벤트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고객과 연결될 수 있다. 미리 고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포스트 모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CIO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CIO는 IT뿐 아니라 전사적인 운영까지 총괄해야 한다. 즉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돼야 한다. 더 이상 비즈니스와 IT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 이미 IT와 비즈니스는 결합을 하고 있다. CIO가 이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한다. 호주 컴온웰스은행 CIO는 이미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 주제는 창의적 파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어떤 의미인가.
▲IT조직은 한정된 예산으로 새로운 뭔가를 도입하는 데 늘 주저하고 있다. CIO가 새로 뭔가를 도입하려 한다면 기존에 하던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다 효율적인 비용절감 방안을 찾아 새로운 것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 파괴다. IT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이 부담스러우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된다. 서버나 데스크톱 등 가상화를 통해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으로 많은 기업들이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효과적인 모빌리티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모빌리티는 최근 몇 년간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떠오르는 이슈다. 기업마다 모빌리티 전략 수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할 때 어려운 점은 직원들에게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직원들이 선택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내부 시스템을 연결시켜주면 된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모빌리티 전략에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최근 모바일 오피스 도입으로 인해 개인 소유 IT제품이 기업 내부에서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즉, ‘IT의 소비재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기업 내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CIO가 스스로 경찰이 돼서는 안 된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직원들은 IT활동을 기업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모바일 디바이스를 가져와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인 모빌리티 전략 수립으로 비즈니스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면
▲미국 의료장비 기업인 메드트로닉스는 아이패드를 영업사원에게 지급해 현장에서 모바일 기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패드를 통해 현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성과로까지도 연결시키고 있다. 일본 보험회사인 도쿄마린인슈어런스는 모빌리티 전략 기반으로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일본 대지진 발생 시 전체직원 중 10%를 현장에 보내 모바일 기반으로 고객 상담을 했다. 당시 큰 호응을 받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