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양성이라는 ISKL의 목표는 창의성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창의성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죠.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다양한 시각과 풍부한 지식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랜트 밀라드 ISKL 교장의 교육관은 확실했다. 그는 조화와 배려를 기본으로 자유로운 논의가 창의성을 기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국적과 인종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은 자라온 환경과 성향이 다르므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편협한 교육에 그친다는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부모나 교사의 선입견으로 예단하지 않고 풍부한 기회를 준 후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와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노력한다.
밀라드 교장은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원리를 찾고 응용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며 “모든 수업이 토론식으로 진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ISKL은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다. 무려 95%에 달한다. 하버드나 예일처럼 아이비리그에서도 ISKL 졸업생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과연 명문대 진학과 창의성 함양이 공존할 수 있을까. 밀라드 교장에게 이 질문은 우문에 불과하다.
그는 “명문대 진학에 필요한 점수에만 연연하는 태도는 기초공사는 하지 않은 채 건물만 높이 올리려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창의성을 높이면 지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지적했다.
ISKL 학생들은 다른 어느 학교 학생보다 예체능과 사회 참여 활동을 열심히 한다. 예체능 수업 시간에 영어나 수학을 자율학습하고, 생활기록부에 태도 점수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과는 사뭇 다른 대목이다.
물론 ISKL은 교육 환경이 좋다. 학급당 학생 수도 적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교사들도 대개 석사 이상의 엘리트다. 밀라드 교장에게 “높은 학비와 좋은 환경 때문에 가능한 교육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밀라드 교장은 그는 “50년 가까운 ISKL의 노하우와 교사들의 열정이 없다면 좋은 시설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라도 부모 중 한 명이 학생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사는 게 ISKL의 원칙”이라며 “비싼 학교를 찾는 부자보다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는 부모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SKL은 IT 인프라도 훌륭하다. 무선인터넷과 모바일기기는 기본이다. 밀라드 교장에게 IT가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보를 얻는 선택이 확대된다는 차원에서 IT는 긍정적 요소”라며 “다만 중요한 점은 정보를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 정보를 찾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