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난맥을 세 개로 정리하는 데 뛰어난 이석채 KT 회장이 어제 ‘소프트웨어(SW) 산업 활성화 3행(行) 전략’을 내놓았다. SW 구매 체계를 인건비(용역)가 아닌 실제 가치로 바꾸고, 세계에 통할 SW를 배출할 밑바탕을 다지겠다는 게 핵심이다. KT 때문에 중소기업 자원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그들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3불(不) 정책’에 맞닿은 전략이다.
KT ‘3행 전략’이 ‘3불 정책’과 함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낙후한 밑 도급 구조에 허덕이는 국내 SW 산업 환경을 직시한 전략인지라 더욱 기대가 크다. SW를 포함한 정보시스템 구매비로 매년 약 5000억원을 쓰는 KT의 용단인 터라 기대가 솟는다. 10원짜리, 심지어 1원짜리 밑 도급 계약서를 받아 든 채 알토란 같은 기술·인력까지 내주는 중소 SW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KT가 SW 실제 가치(구매금액)를 어떻게 책정할지 주목된다. SW 원가라는 게 기본적으로 ‘품이 드는 낱낱의 수(인력)와 시간’인데 이를 ‘실 가치 기준’으로 바꿔 그릇된 가격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기존 질서에 비춰 10억원 정도인 넥스알 ‘클라우드 기반 로그(log) 분석 솔루션(SW)’의 가치를 20억원으로 본다니 고무적이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 SW기업들은 살아남으려고 우선 헐값에 주고 이 실적을 내세워 다른 거래처를 발굴했다. 일부 업체는 또 투자자를 현혹했다. SW기업이 “이런 짓을 하지 않고도 실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KT SW ‘3행’이 구두선에 그치면 곤란하다. 실속을 꽉 채워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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