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자금이탈에 역외세력 달러 매수 공세
당국, 시장개입ㆍ수출업체 `읍소` 작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고은지 기자 = 원ㆍ달러 환율이 닷새째 상승하며 1,200원 턱밑까지 올라왔다.
유럽계 자금이 이탈하는데다 역외 세력들이 공격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달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업체에 `SOS`를 보냈지만 이것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유럽계 자금, 6조원 빠져나갔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20분 현재 전날보다 13.7원 오른 1,193.5원에 달한다.
지난주 종가가 1,112.5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닷새 동안 7%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가 증폭되면서 달러 수급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우선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유럽계 투자자들은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1조2천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도 1조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달 3조4천억원, 이달 5천8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마디로 지난달부터 유럽계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6조원 넘게 원화를 달러로 바꿔나갔다는 얘기다.
문제는 주식 및 채권시장의 달러 수급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매달 1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나타내던 채권시장은 지난달 순매수 규모가 1천300억원, 이달 들어 22일까지 순매수는 1천658억원에 그치고 있다.
주식시장의 이달 외국인 순매도는 무려 1조3천억원에 달한다. 만약 유럽 재정위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우리선물의 변지영 연구원은 "원화 자체가 변동성이 크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높아 현금화가 좋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서 원화를 달러로 많이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역외세력 "달러 사자"..당국 전방위 대응
더구나 역외 선물환시장(NDF)에서 달러 매수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투기세력으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국내 대기업들마저 달러 매도를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을 구사해 달러 수급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날 정부가 수출 대기업들을 불러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쌓아놓고 환전을 미루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사실 달러를 좀 내달라는 `읍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시장 방어 의지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19일 15억달러, 20일 25억달러, 22일 20억달러 가량을 환율 방어를 위해 쏟아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이를 비웃듯 닷새 연속 오르고 있다.
이날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환율은 1,200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철중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늦추는 것은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기 전까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 뿐"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원화강세 파이터`처럼 대응하길 바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이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르므로 원화 약세에 지나치게 베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8년 9월 말 2천397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 3천122억달러로 급증했다. 총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도 당시 51.9%에서 지금은 37.6%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들도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통장 성격의 단기 외화차입)과 외화채권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외화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액이 훨씬 많은데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도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서, 환율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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