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존`처럼 `무선충전 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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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 방식 이용, 근거리 충전기술 개발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졌어. 급하게 연락 오기로 한 곳이 있는데 어쩌지?"

"저기 무선충전이 가능한 커피 전문점이 있네. 차 한잔할 겸 잠깐 들어가자."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커피를 주문한 뒤 휴대전화를 탁자 위로 꺼냈다. 곧바로 `충전 중`이라는 글자가 액정에 나타났다. 30여 분이 지나자 휴대전화에는 `충전 100%`라는 표시가 떴다.

무선랜(와이파이) 지역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듯이 `무선충전 지역`에서 자동으로 휴대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전자기기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기공명 방식 연구 경쟁

시중에서 판매되는 무선충전 기기는 대부분 `전자기 유도 방식`을 이용한다. 전자기기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전류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하지만 충전 거리가 수 mm에 불과해 충전하려면 전원에 가까이 놓아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

과학계에서는 먼 거리에서도 충전이 되도록 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선충전 기술은 자기공명 방식이다.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마린 솔라서치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두 개의 코일을 하나는 전원에, 하나는 전자기기에 연결해 같은 주파수로 맞추면 `공명`이 발생해 전류가 흐르는 원리를 이용한다. 자기공명 방식은 충전 거리를 수 m까지 늘릴 수 있어 애플, 인텔, 삼성, LG 등의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해 전선 없이 전류를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등에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달 발표했다. ETRI는 40인치 크기의 LED 액정을 전원부 근처에 설치해 전선 없이 전류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컴퓨터 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성인 손바닥 크기의 수신기를 노트북 밑에 부착하면 전원부와 최대 1.5m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하다. ETRI 미래전파기술연구팀 윤재훈 책임연구원은 "주파수와 출력을 조절하면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연구진 `징검다리 중계기` 개발

무선 전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1m로는 부족하다. 전원이 있는 1m 내에서만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충전을 위해 전원 근처에 둬야 해서 `무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먼 거리까지 전류를 보내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징검다리` 형식으로 전류를 전달해 주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자기장에서 생성된 에너지가 전달되는 `중계기`를 사용해 최대 5m까지 전류를 보내는 것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정보망연구센터 박영진 책임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겸임교수)은 중계기를 이용해 전원으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있는 200W급 전자기기의 충전 시연에 성공했다. 충전효율은 80∼85%에 달하며 기존의 무선충전 방식과 비교해 출력과 충전 거리 모두 향상됐다.

전원과 연결된 송신기에 전류를 흘려주면 코일에 자기장이 생성되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에너지가 중계기를 통해 전자기기와 연결되어 있는 수신기로 흘러간다. 수신기와 연결된 전자기기는 전원을 꽂지 않아도 전기를 받아 작동한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중계기를 하나 더 설치하면 최대 5m까지 무선충전이 가능하다.

박 책임연구원은 "송신기와 수신기가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어도 충전 효율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기에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자기공명 방식에 사용하는 송신기와 수신기의 위치에 따른 충전 효율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어 무선충전 거리를 늘리는 것이 어려웠다. 또 그는 "무선으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효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1, 2년 내 벽걸이TV나 청소기, 다양한 모바일 기기 등을 집 안 어디에 둬도 무선 충전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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