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스마트빅뱅]스마트 협력의 시대

Photo Image
26일 중구 T타워 33층에서 SK텔레콤 권혁상 Network부문장이 LTE 시대 국내 통신장비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 장비 제조사 및 중소 중계기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SK텔레시스 조인식 A&I사업부문장, LG에릭슨 이건 Carrier Networks 사업부장, 강우춘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한국지사 회장, 지에스인스트루먼트 안창돈 대표이사, 삼성전자 조현탁 네트워크사업부 국내영업팀장, SK텔레콤 권혁상 Network부문장, 씨에스 이홍배 대표이사, 쏠리테크 이승희 대표이사)

 #사례1. 갤럭시S2가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삼성전자와 자화전자가 함께 개발한 부품의 역할이 컸다. 양사는 인코더 방식의 자동초점액추에이터(AF)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3년 전 삼성전자 통신연구소가 800만화소 이상 고가 카메라모듈 시장을 위해 개발했다. 하지만 생산공정이 어려워 자화전자 협력이 없었다면 이 제품은 상용화되지 못한 많은 개발품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자화전자는 그 덕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사례 2.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 초 2011년 글로벌 3DTV 시장 수요를 340만3000대로 예상했다. 북미가 66%, 유럽이 15.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에서 유독 3DTV 수요가 높게 나타났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콘텐츠’ 힘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3D 콘텐츠 덕에 3DTV 판매에서 북미지역이 유럽지역을 크게 앞설 것으로 봤다. 미국은 일찌감치 유료 3D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비전·CBS 외에도 국가적으로 3D 콘텐츠 제작 열기가 뜨겁다.

 

 #사례 3. 일본 5개 민영방송과 일본 최대 광고업체 덴쓰가 손을 잡았다. 내년 봄 ‘인터넷TV(방송·인터넷 병행서비스)’ 사업을 위해서다. 민영방송은 방송 콘텐츠를, 덴쓰는 인터넷 서비스 및 광고 플랫폼을 제공한다. 인터넷 확산, 통신과 방송의 결합 등 새로운 변화로 위기를 느낀 민영방송사(TV아사히와 TBS, 니혼TV, 도쿄TV, 후지TV)는 덴쓰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TV 한 대로 방송 시청과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컴퓨터로 시선을 돌린 시청자를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스마트 빅뱅에 따른 변화다. 기존 생태계는 규모의 경제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다. 대기업과 하도급기업이 생태계의 주류였다. 물론 키는 대기업이 쥐고 있었다. 대기업의 시혜(?)가 없다면 하도급 기업은 생태계 안에 발을 들여놓기 힘들었다. 위의 사례는 변화하는 생태계를 보여준다. 휴대폰을 통화 이상의 기기로 발전시킨 스마트폰이 변화의 출발을 알렸다. 앱은 새로운 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변화가 일어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개발자들이 누구나 참여해 재미있고 참신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제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수억명 가입자를 확보한 SNS에서는 게임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생태계 틀을 만드는 대기업도 오픈된 생태계가 없다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폰만 해도 구글과 여러 단말기 제조사 군단의 협력이 없었다면 발전은 없었다. 애플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협력의 문제는 중소기업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대기업 자신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스마트 협력시대, 줄 세우기에서 우군 만들기로=스마트 빅뱅은 전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IT산업에서는 이종 제품 결합과 융합 물결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통산업에서는 IT산업과 결합을 시도한다. 그만큼 구조와 기능은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생태계 형태로는 재빨리 혁신할 수 없다. 애플이 이동통신사나 휴대폰제조사의 과거 모습처럼 아이폰에 장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일일이 걸러냈더라면 지금의 아이폰은 없다. 구글이 처음부터 휴대폰까지 직접 만들려고 했다면 안드로이드 모델은 지금 몇 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게임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면 징가라는 업체는 탄생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의 수익모델 역시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을 것이다. 협력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크건 작건 간에 강한 부분은 서로 나누고, 모자라는 부분은 서로 더하는 형태의 새로운 에코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마트 협력 어디까지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휴대폰(통신)·TV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앱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가 조성됐다. 대기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든다. 중소기업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수익을 얻는다. 그 중 일부는 플랫폼을 제공한 대기업과 나눈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페이스북, 구글 모두 벤처업체로 시작했다.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에만 스마트협력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방송의 변화를 들어보자. 인터넷의 확산과 기술의 진화로 최근 방송이라는 영역 구분이 모호해졌다. 인터넷이 연결된 TV에서 동영상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그 콘텐츠를 봤다면 이것은 인터넷콘텐츠일까 방송콘텐츠일까. 과거에는 영역에 따라 규제의 정도와 잣대가 달랐지만 지금은 이를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IPTV 등 방송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시청자가 느끼기에 큰 차이는 없다. 결국 어떤 사업자가 보다 편리하고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뿐이다. 융합의 시대에 모든 서비스를 혼자 제공할 수는 없다. 각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양방향 방송이 불가능하다. 케이블은 지역이 나뉘어 있고, 위성방송은 때로 날씨 영향을 받는다. 서로 협력해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전혀 다른 영역 간 융합 시도도 스마트 시대에는 이루어진다. 스마트조선은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산업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도구다. IT업계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LG유플러스는 ‘탈통신 투자 펀드’를 만들었다. 이는 융합 에코시스템의 일례다. LG유플러스는 매년 150억원 규모의 탈통신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미디어, 광고, 교육, 유틸리티,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과 협력을 꾀할 방침이다.

 이종 산업 간 교류는 기존 수직적 상생 구도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규모의 경제에서 이제 생태계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생태계의 경제를 통해 산업을 일궈야만 스마트 시대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Photo Image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