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이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은 엘리베이터와 자동차다. 엘리베이터는 수직, 자동차는 수평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고속 열차는 대한민국 지도를 압축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동 수단의 발전을 통해 인류의 삶과 영역은 크게 바뀌었다.
이제 우리를 이동시켜 주는 교통을 넘어 우릴 대신해 발이 되어주는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물류라고 하면 기업의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수출하는 산업으로 여겨졌지만, 택배·배달과 같은 생활물류 산업이 성장하면서 물류 산업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
생활물류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제주의 특산품을 서울에서 즐기는 것도, 오늘 새벽 저 멀리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을 오후에는 우리집 식탁에서 받아먹는 일도 일상이 됐다. 수 km 떨어진 식당의 음식을 손쉽게 집에서 주문하고 받아먹는 것도, 파 한 단, 달걀 한 판까지까지 배달 주문을 하는 것도 이제는 놀랄 것 없는 일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상인데 말이다.
우리 삶에 파고 든 생활물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 동력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다. e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택배 시장 물동량은 사상 처음으로 60억개를 돌파했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로 따지면 125회를 넘어선 숫자다. 주말 배송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택배 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시장 전망도 밝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음식배달 업계 매출 규모는 2024년 166억달러(약 24조6000억원)에서 2030년 270억달러(약 40조원)로 약 63% 커질 전망이다.
성장세 속에는 당연하게도 경쟁과 투자가 있었다. 더욱 빨라진 배송, 휴일에도 쉬지 않는 배송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인데, 이러한 경쟁이 새로운 수요까지 촉발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배달 시장 역시 이용자와 이용횟수를 더욱 늘려가며 시장의 파이를 키웠으며, 그만큼 경쟁도 더해갔다.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못지않았다. 배달 대행 업계만 해도 기대감으로 자금도 엄청나게 유입됐지만, 과도한 출혈경쟁 탓에 과실을 따 먹지 못했다.
생활물류 시장은 다시 한번 재편되고 있다. 이번에는 누가 더 좋은 기술로, 누가 더 빨리 소비자에게 다가가느냐에 달렸다. 진짜 경쟁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고객에게 선사할 것인가로 이뤄진다.
무료, 쿠폰, 이런 경쟁은 잠깐 반짝할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을 망가뜨릴 뿐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 역시 이 구조를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가 소비자의 만족을 불러왔고, 이것이 시장을 키웠으며 그 속에서 이뤄진 경쟁을 통해 다시 소비자에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 강국을 외치면서, 서비스 이면에 보이지 않게 이뤄진 기술 투자와 그로부터 수익을 올리는 일련의 과정을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부는 건전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때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