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의 길로 들어서며 도구, 기계, 시스템을 발명했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고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한다.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회학자 자크 엘륄은 강력한 기술이 공동체와 삶을 지배하면 기술사회가 된다고 했다. 기술을 중심으로 세상이 굴러가니 사람은 의지와 계획을 잃고 시스템의 부품이 된다. 자원은 고갈되고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업무효율과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생활의 편리함과 풍요를 가져왔다.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선 나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한 부자처럼 보인다.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알고리즘은 내가 끌릴만한 콘텐츠만 찾아준다. 그 채널에서 싫어하는 것은 욕이 나올 만큼 나도 싫다. 기다리게 하는 것은 더욱 싫다. 숏폼 콘텐츠는 몇 초안에 우리를 재밌게 한다. 그 속에서 질투, 편향, 갈등이 생성된다. 법령, 정책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빈부격차, 노사갈등, 안전사고 등 부작용도 여전하다.
이젠 그 핵심에 사람의 지적 활동을 지원, 대체하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사람에게 맡기면 며칠 걸릴 일을 몇 초 만에 끝내고, 사람의 말보다 AI의 답변에 더 신뢰가 간다. AI만 잘 활용해도 유익한 정보를 얻고, 좋은 상품을 살 수 있으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AI시대에 기존의 기술사회처럼 문제가 없을까. 있다. 의료, 직장 등 핵심 환경을 갖춘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인종, 문화, 사회적 다양성이 높은 서구와 달리 획일성 강한 나라여서 더욱 그렇다. 계층과 지위 상승의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면 불안감은 증폭된다. AI가 지적 활동까지 대체하니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기회를 잃는다. 단순반복 업무를 넘어 소프트웨어(SW), 법률, 의료, 회계 등 전문적 일자리까지 뺏기고 비숙련 허드렛일만 남겨진다. AI기술, 사업, 투자에 관련된 집단과 개인이 부를 독점한다. 노동에서 나오는 가치는 급격히 줄어들고 급여생활에 충실한 사람은 박탈감에 시달린다. 분노사회는 곧 폭발할 것 같은 불만을 가득 품고 살아가는 사회다. 분노가 폭발하면 공동체와 나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AI시대의 그 무엇이 분노사회의 불쏘시개가 되는가.
그것은 사람 사이의 '격차'다. 경제적 격차는 정치, 사회, 문화적 격차로 이어진다. 격차가 정당하면 부러워할 뿐 분노할 일은 아니다. 정경유착, 불법특혜처럼 비정상적 격차가 생기면 분노해야 한다. AI는 어떤가. 구글 알파고 이후 주춤했다가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AI 에이전트, 피지컬 AI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AI가 가져올 격차는 대규모 자본과 고급기술이 투입된 만큼 구조적이다. 미국 구조조정 전문기관 챌린저, 그래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의하면, 미국 기업이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AI를 이유로 해고하는 인원이 약 8만8000명에 이른다. 자본과 기술은 순식간에 격차를 키우고, 한번 커진 격차는 줄어들지 않으며, 격차를 뒤집을 기회도 없다. AI에 한번 대체되면 다시 시장에 돌아오기 어렵다.
이제까진 성장을 위해 한 방향으로 같이 달려왔다. 그 성과를 크기가 다를 뿐 모두가 누렸다. AI시대엔 다를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이므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란 불신도 깊다. 미래와 희망이 사라짐은 물론이고 피해의식이 커지며 서로에 대한 존중도 사라진다.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면 경제적 격차는 공포가 된다.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 믿었던 신념과 그것을 뒷받침하리라 기대했던 사회적 규칙이 깨지면서 분노는 폭탄이 된다. 집단을 이뤄 분노를 표출하고 공동체와 타인을 증오한다.
해결책은 뭘까. AI시대에 무엇을 얻고 잃는지 살피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으라는 조언은 비현실적이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 제도, 교육과 인프라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AI가 사람을 단순 대체하는데 그친다면, 기술사회는 분노사회가 되고, AI는 인류를 석기시대 원시인으로 되돌리는 핵무기가 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