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온 첫 번째 그림이 여기 있습니다.”
1962년 오늘(7월 11일) 유럽의 TV 화면에는 같은 시각 미국의 앤도버 기지국의 모습이 비쳤다. 화면조정에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 건너 미국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반세기 전 발사된 최초의 민간 통신위성 텔스타가 궤도에 완벽히 진입하면서 전 세계 실시간 방송 시대를 열었다. 통신위성의 성공은 비단 실시간 방송 전송에만 그치지 않았다. 선박과의 통신, 재난지역에서 통화 등 우리 생활 전 방위에서 통신위성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대지진 당시 긴급 상황에서 통신위성을 활용한 응급전화가 유용하게 쓰이면, 위성의 필요성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텔스타의 성공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 각국은 통신위성을 활용한 방통통신융합개발에 힘쓰고 있다.
◇소설 속 상상력, 지구촌을 만들다= 통신위성을 향한 꿈은 SF작가 아서 클라크가 1945년 발표한 소설 ‘외계와의 연계’에서 시작됐다. 스푸트니크호의 발사 성공으로 꿈을 실현하는 발판이 마련됐고, 1960년 AT&T가 FCC에 실험적인 통신 위성 발사 허가를 요구하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AT&T, 벨연구소, 미 항공우주국(NASA), 영국 중앙우체국, 프랑스 국영 우정본부가 참여해 만든 텔스타1호는 미국 케이프 커네버럴에서 우주로 발사됐고, 성공적으로 우주에 안착했다. 오늘날 대부분 통신 위성이 정지궤도인 것과 달리 텔스타는 157분 공전주기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었다. 이 때문에 통화시간이 20분 남짓 되지 않고, 용량도 전화 60회선에 그치는 한계도 존재했다. 제한적이지만 최초로 4㎓인 초고주파(SHF)의 주파수를 사용해 새로운 통신자원을 확보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후 텔스타의 성공에 힘입어 1965년 4월 6일 미국이 발사한 인텔샛 1호는 정지궤도에서 통신서비스 제공에 성공, 본격적인 위성통신 상용화시대를 열었다.
◇통신위성으로 가능해진 변화=텔스타가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한 지 2주 후, 케네디 대통령은 유럽의 국민들에게 냉전과 세계평화를 주제로 한 메시지를 전했다. 최초의 실시간 중계방송이었던 셈이다. 통신 위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은 방송이다. 전 세계 실시간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는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가 됐고, 전쟁과 같은 소식도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이 뿐만 아니라 난시청 해소와 초고화질TV(UHDTV), 3DTV전송에 통신위성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재해·재난 발생 시에도 통신위성의 역할은 크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나 일본 대지진과 같이 인재·자연재해로 지상망 통신을 사용하지 못할 때 위성 통신은 매우 유용하다. 국내에서도 태풍 ‘매미’로 동해안 지역 통신 인프라가 붕괴되었을 때, 초소형 기지국(VSAT)을 설치해 재난복구에 대응한 사례도 있다.
인터넷이 자유롭지 못한 중동에서 통신 위성은 표현의 자유를 열어주는 관문이 된다. 실제 위성 기반의 한 영어 사이트는 중동 지역 이용자에게 해외 소식을 전하고 있다.
◇50년 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의 발달과 비용의 감소로 통신위성은 늘어나는 방송·통신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 해저케이블 등 광통신망이 낮은 비용을 무기로 기존 위성의 수요를 잠식하고 있으나, 여전히 광통신망을 깔 수 없는 오지는 존재한다. 이곳에 방송·통신 전송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위성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위성은 앞으로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며 50년 뒤에도 여전히 지구촌의 통신 수단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성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시스템연구팀 박사는 “앞으로 데이터, 영상, 인터넷 등이 동시에 가능한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위성을 통해 받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위성서비스 커버리지를 좁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