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시대의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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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바일 단말기가 쏟아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스마트폰에 귀가 아닌 눈을 빼앗긴 사람들을 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 속도가 ‘IT DNA’를 가진 우리 국민들에 의해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 기업의 제품 차별화가 ‘4.3인치 디스플레이’ ‘듀얼코어’ ‘3D 구현’ 등 하드웨어(HW)적인 부분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HW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시대 경쟁력의 본질은 소프트웨어(SW) 등을 포함한 콘텐츠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아이폰의 국내 진입 후 콘텐츠의 중요성을 외치던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한 이유는 다양한 SW가 구동되는 ‘손안의 PC’로서의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의 원천인 애플은 계속 달려나가고 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이 이를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SW 경쟁을 다국적 기업에 넘겨둔 채 기존의 익숙한 HW 요소 경쟁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왜 스마트 단말기 경쟁에서도 예전처럼 HW 속성에 기반한 경쟁이 계속될까. 우리는 ‘단말기 제조사니까’라고 답한다면 그것은 경쟁력을 잘못 짚은 것이다. SW와 콘텐츠 유통구조를 차별화하지 못하면 스마트 시대에서는 영원히 ‘팔로어’로만 남는다.

 문제와 해결방법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 우리 시장에는 아직 스마트 시대에 맞는 상생과 협력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콘텐츠는 대기업뿐 아니라 개인, 중소벤처 등 누구나 쉽게 만들어내고 유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누군가의 가치를 이용하거나 사서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보다는 가치있는 콘텐츠를 발굴, 자유롭게 유통하고 가치 창출자에게 온당한 대가와 자격이 주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 가치는 SW나 영상 콘텐츠가 될 수도, 플랫폼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독창적이거나 차별화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한다. 이런 차별화는 대기업보다는 개별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에 집중해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소벤처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전용하거나 자신의 상품 안에 담으려 하기보다 그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생태계를 살려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신 스마트 시대 생태계에서 대기업은 그릇이나 장터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단말기 자체가 그릇이 될 수 있고, 마케팅 등 유통망에 강점이 있는 대기업의 플랫폼 자체가 장터가 될 수도 있다. 그릇에는 중소벤처만의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가진 기술과 서비스가 음식으로 놓여질 것이다. 장터에는 숨어있던 벤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펄떡거리며 생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 전체 근로자의 88%를 떠맡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와있다. 국가적으로 산업의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은 중소벤처를 육성하는 것 외엔 없다.

 중소벤처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보고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중소벤처 CEO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스마트 시대의 건강한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SW와 콘텐츠가 경쟁력인 시대로 접어들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협력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생과 협력이라는 스마트 시대의 핵심 정신임을 우리는 잘 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황중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jyhwang@ka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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