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반란` 주총서 반대 목소리 높인다

12월 결산법인들이 주주총회 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자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종전에는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주권리 이슈가 제기됐지만, 이제는 소액주주 개개인, 이른바 `개미`들이 몸소 나서고 있다.

개선 사항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의결권을 결집해 실력 행사에 나설 태세여서 주주총회장 곳곳에서 경영진과 소액주주의 `세(勢) 대결`이 예상된다.

◇`티끌 모아 태산` 집단행동 본격화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소액주주 공동체인 네비스탁은 오는 18일 실내 인테리어디자인 업체인 국보디자인 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노려 정관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김정현 네비스탁 대표는 "지속적으로 순익을 내고 배당에도 인색하지 않은 `우량주(株)`이지만 최대주주의 일방적 경영 행태가 공고해지면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건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해 편법 상속ㆍ증여 의혹을 제기했던 서울인베스트는 30일 인선이엔티 주총에서 경영진의 전면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다.

인선이엔티 최대주주는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33억원 손실을 냈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투자펀드(PEF)인 서울인베스트는 환경산업 우량 업체가 `최대주주 전횡`과 `실적 악화`라는 위기에 직면한 만큼 경영진 전원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액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2대 주주(17%)와 3대 주주(약 5%)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며 소액 지분 5%를 결집했다. 최대주주 지분(32%)에는 5% 부족하지만 남은 기간에 충분히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요구가 주총 안건에 반영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아남전자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 형태로 최종현 회계사를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배합사료 업체인 케이씨피드 소액주주들은 액면분할 안건을 주총에 부쳤다.

◇`골리앗` 대기업 주총도 갈등 예고

재벌 계열 대기업의 주총에도 주요 안건에 반대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18일 주총을 앞둔 효성은 계열사인 진흥기업 지원과 관련해 소액주주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칫 효성의 기업가치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일 현대차 주총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정 후보는 현대차와 대규모 거래를 하는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지배주주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며 반대 의사를 권고했다.

같은 날 열리는 SK 주총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지만 "유죄 판결을 받아 기업 윤리를 훼손했고 계열사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을 사고 있다.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 주주제안으로 주식배당과 현금배당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CGCG 김선웅 소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전문위원회를 두고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 안건에는 일반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관들의 소극적인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이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를 높이는 LG디스플레이의 정관변경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일부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이지만, 대부분 기관은 올해도 `찬성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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