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장이 직접 고객(기업)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자그마치 100개 기업 1만2500리(5000㎞) 를 찾아 다녀 화제다.
1만2500리는 올해 초 ‘기업형 경영’을 선언했던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발이 달토록 전국 각지의 기업을 방문했던 거리다.
박 원장은 30일 “기업은 최종목표인 이윤창출을 위해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한 뒤 그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공공기관도 ‘고객의 성과창출’이라는 목표만 다를 뿐 개념은 같다”며 발로 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중소기업 맞춤형 사업을 찾던 박 원장이 지난 2009년 주목한 것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과 대학교수, 연구자,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풍부한 인력이었다. 이들을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라는 이름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람을 끌어 모아 중소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2년차에 접어든 ASTI 회원만 1만2000명이나 된다.
“기업을 도우려면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물론 설문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기왕 지원할 거 기업대표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쳐선 안 된다고 판단했고 정보 유통과 분석, 슈퍼컴퓨팅 등 3개 부문의 실무단을 꾸렸습니다.”
KISTI는 현재 방문했던 100개 기업에 ‘연구원 1인 1사 정보지원체제’를 구축해 놓고 맞춤형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지원하고 있다.
박 원장은 “기업형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기관 운영 시스템도 많이 바꿔야 했다”며 몇 가지 사례를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 출연연 최초로 시행한 ‘경영성과급 집중지급제’다. 상위 1~2%의 성과우수 인력에 기관 전체 인센티브의 10%를 집중 지급하는 제도다. 이때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은 연구원이 3000만원이나 됐다. 내년에는 한 발 더 나가 경영성과급 지급 차등폭을 현행 70%에서 200%까지 확대한다.
또 ‘열린 승진제’를 도입, 승진대상에 나이나 경력 등 자격조건을 모두 폐지했다. 잘할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승진시키겠다는 인사전략이다. 글로벌 고급 인재채용을 위해선 해외로 나가 13명의 연구원을 직접 스카웃해 오기도 했다.
KISTI는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각국 공공기관 및 기업 25만개를 대상으로 혁신 정도 등을 따져 시상하는 ‘프로스트 앤 설리번 GIL 어워드’에서 국내 기관을 통틀어 최초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년 경영의 화두는 ‘신뢰와 배려’입니다.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고 끊임없이 성과가 성과를 낳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경영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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