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부

 울긋불긋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신나는 캐럴로 연말연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는 요즘이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딸랑~딸랑~’ 하는 구세군 종소리와 빨간 자선냄비다. 거리에서 엄마 손을 꼭 잡고 꼬깃꼬깃한 지폐를 자선냄비에 넣는 아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그런데 올해는 어느 해 보다 모금열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유용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세밑 기부의 손길이 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는 소식이다. 이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은 연말연시의 분위기는커녕 더욱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야 할 처지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는 기부의 상징이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일종의 메신저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행복한 기부’ ‘나눔의 미학’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기부 캠페인을 벌여왔다. 여기에는 명망가 및 기업인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온정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훈훈했는데, 최근의 성금 유용비리 사건이 결정적인 찬물이 됐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공공단체 또는 사회복지기관에 돈이나 물건 등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을 뜻하는 기부는 빈부와 지식, 문화의 격차가 커지고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꼭 필요한 행동양식이다.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노래와 웃음이 있는 사람은 재능으로, 제각기 아름다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비록 잠시 주춤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만들어왔던 행복한 기부문화의 열기는 곧 되살아나리라 본다. 최근 한번에 10억원을 기부한 인기가수의 통큰 나눔이 그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형 포털사이트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지털 정보기기 등을 통한 새로운 기부문화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SK커뮤니케이션즈는 포털에서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칫 위축되기 쉬운 기부문화 운동에 IT산업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그 중요성 및 파급효과가 놀라울 따름이다.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지만 다함께 희망을 꿈꾸는 나눔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세상은 금세 따뜻해질 것으로 믿는다. IT산업이 사랑의 온도계 눈금을 쑥쑥 올려주길 기대한다.

 광주=김한식 차장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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