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관리공단이 설립된 1980년만 해도 자동차는 수요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발전부문을 제외한 산업과 가정·상업, 공공기타 부문을 담당하던 에너지관리공단이 수송 부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동차 보급이 점차 늘어나면서부터다. 수송부문은 1984년부터 관리하기 시작했다.
윤석윤 에너지관리공단 부이사장은 “수송부문 가운데 가장 관리하기 쉬운 부문이 승용차였다”며 “이를 가지고 에너지 관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연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외 수출에서도 공인 연비 기준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장막을 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윤 부이사장은 “자동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진출이 필수였다”며 “환경과 연비 기준을 미국의 LA4모드에 맞췄었다”고 설명했다.
LA4모드는 미국 LA 시가지 공인표준연비로 자동차가 400m마다 한 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료 효율에 대한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경차를 뜻하는 국민차의 개념이 도입된 것도 이 무렵이다. 자동차 보급 증가에 따른 수송부문의 에너지 사용 증가는 중·대형차보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경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부도 경차 보급 활성화를 심도 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상공부는 국민차로 익히 알려진 티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1988년 대우조선공업(현 GM대우)이 일본 스즈키와 기술 제휴로 경차 개발에 착수, 3년 후 국내 최초 경차인 ‘티코’와 경승합차 ‘다마스’, 경트럭 ‘라보’를 시판했다.
이어 아시아자동차의 경상용차인 ‘타우너’, 현대자동차의 경승용차인 ‘아토스’, 기아자동차의 ‘비스토’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정부는 이후 6년간 특소세 인하 등 개발 독려와 보급 여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했다.
1990년대 들어 차량 보급 확대에 따른 수송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는 에너지 소비구조 측면에서 선진국형 소비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수송부문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 차량의 제조에서부터 사용 단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소비효율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하게 했다.
또 소비자에게는 공인연비의 신뢰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양산차를 대상으로 연비 사후관리를 2003년부터 실시, 연비관리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량적인 연비제도를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정부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총량적인 기준평균연비를 설정하고, 미달되면 개선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2002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19조 및 시행규칙 제9조의 제2·3항에 관련 근거를 반영했다.
이외에도 국민이 수송분야 에너지 절약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동차 10부제 운행과 대국민 에너지 절약 교육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