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남 천안-아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첨단산업 국민성장 보고대회는 우리 산업 미래를 가늠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날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고 삼성은 천안·아산 지역에 총 67조원 규모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체불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업 투자계획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미래에 대한 선언이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다시 한번 세계 1위를 지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오늘날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TV를 넘어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확장현실(XR), 의료, 국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제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이번 삼성 투자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계 최초로 추진되는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투자다. 기존 6세대 중심 생산체계를 뛰어넘는 8.6세대 OLED는 태블릿과 노트북, AI PC 등 급성장하는 I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생산기지다. 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생산성 향상, 원가 경쟁력 확보,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차별화된 기술혁신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OLED 고효율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는 투자 전략을 통해 OLED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이러한 투자는 사뭇 다른 것 같지만 목표는 하나다. 대한민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는 '대체불가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이러한 국가 비전이 'Re-Think a Display'를 주제로 열리는 '2026 K-디스플레이' 전시회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사실이다. K-디스플레이 전시회는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기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 전시회다.
이번 국가정책 발표는 우리나라가 단순히 기술을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 산업 전략과 기업 대규모 투자가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세계에 제시하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의지만으로는 '대체불가 디스플레이 강국'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제 정부가 기업 결단에 화답할 차례다. 수십조원 규모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과 규제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투자 세액공제 이월 기간 연장, 인허가 절차의 획기적인 단축은 물론 산업용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첨단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지원 역시 글로벌 경쟁국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초와 세계 최고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쟁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을 잃고 투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를 잃게 된다.
천안·아산에서 시작된 이번 담대한 도전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부와 기업, 지역 사회가 '원팀(One Team)'이 돼 기술 혁신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대체불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전을 속도감 있게 실현할 강력한 실행력이다. 바로 지금이 대한민국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결정적인 시간이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sw@kdi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