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미디어] 무안경 3D 기술

“이미 안경 없이 3차원(D)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는 나왔다. 하지만 (무안경 3D) TV로는 향후 수년간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난 2월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강조했다. 자사의 `3D LED TV` 출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윤 사장은 가장 큰 이유로 낮은 해상도를 꼽았다. 안경 없이도 3D 효과를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가 따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 9개월이 지난 현재, 한참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무안경 3DTV도 3~4년 안에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2015년 무안경식 다시점 3DTV 실험방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안경 3D 기술은=무안경 3D는 말 그대로 안경 없이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무안경 3D 기술은 디스플레이 장치에 부착된 특수 광학부품을 통해 구현된다. 이 부품은 영상을 분리시켜 사람의 양쪽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보급된 3D 기술은 대개 안경이 필요했지만, 무안경 3D 기술은 사람 대신 화면에 안경을 씌우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나타낸다.

대표 기술로는 렌티큘러(lenticular) 방식과 패럴랙스 배리어(parallax barrier) 방식이 있다. 렌티큘러 방식은 반원통형 미세렌즈를 이용한다. 디스플레이 패널 앞에 무수히 많은 반원통형 미세렌즈를 배열하면, 렌즈에 의해 영상이 서로 다르게 굴절돼 양쪽 눈으로 들어온다. 패럴랙스 배리어 방식은 투과와 차단을 통해 구현된다. 영상을 투과하는 판과 차단하는 판을 교대로 배치하면, 두 눈이 각각 보는 각도에 따라 반대쪽 영상이 차단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두 방식은 어느 곳에서 화면을 보는지에 따라 입체감의 정도가 다르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적영상(integral imaging) 방식이나 홀로그램 방식의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집적영상 방식은 파리 눈 모양의 렌즈로 여러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해, 이를 반대로 보여준다. 눈의 피로감이 줄어든 자연스러운 입체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홀로그램 방식은 레이저를 이용해 물체의 상을 허공에 완벽히 재현하는 방식이다.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고해상도 표시 소자와 막대한 계산이 필요해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선점 총력=무안경 3D 기술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특허 출원도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429건의 무안경 3D 기술 특허가 국내에 출원됐다. 2008년도에는 2000년도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1위에 올랐다. 17.9%로 개별 기업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LG디스플레이 7.9%, 삼성SDI 6.5% 순이다. 여기에 LG전자의 4.0%를 포함하면 국내 대기업이 총 36%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 · 연구소는 11.2%를, 중소기업은 21.9%를 보유 중이다.

기술 분야별로는 렌티큘러 방식과 패럴랙스 배리어 방식이 65%로 가장 많았다. 홀로그램 방식과 집적영상 방식은 각각 24%와 11%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독자 개발한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 화질평가 방법`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이 방법은 3D 안경을 쓰지 않은 채 TV를 시청하는 무안경 상황에서 3DTV의 밝기(휘도), 시청자가 느끼는 피로도를 측정해 객관화하는 기술이다. 특히 3DTV 시청 시 어지러움과 피로를 유발하는 이른바 `크로스토크` 측정 방법과 3D 시야각 · 화질 번짐에 대한 기술적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

정부도 관련 기술 로드맵을 구축했다. 지난 10월 `3D산업 통합기술로드맵` 공청회를 열고 무안경 3D 기술에 대한 핵심 기술 개발 전략과 `톱 브랜드`를 선정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부는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11월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산업계는 이미 `스탠바이`=무안경 3D 단말기의 초기 모델은 당분간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지난 5월 우리나라를 방문해 “무안경 3DTV 시대는 5년 후에야 열리며, TV보다는 휴대폰 ·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도입된 뒤 점차 TV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에는 일본의 하타치가 세계 최초로 무안경 3D 휴대폰을 출시했다. 판매량은 많지 않았으나 무안경 3D 효과를 상용화한 기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TV의 경우, 도시바가 첫발을 디뎠다. 도시바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IT전시회 `CEATEC` 전야제에 무안경 3DTV인 `레그자`를 공개했다. 레그자는 TV를 보는 위치에 따라 위치와 각도가 다른 아홉 가지 영상을 순간적으로 생성하며 입체감을 구현한다. 일종의 렌티큘러 방식이다. 12인치, 20인치 두 종류가 시판될 예정이며 이르면 12월에 구입할 수 있다.

무안경 3D 기술이 활성화되면 연관 산업으로의 확산도 기대된다. 무안경 방식의 대형 3D 광고판의 등장해 광고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놀이공원이나 상점에서도 3D를 활용한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2015년께 본격적인 무안경 3DTV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2008년 3D 시장에서 안경 방식과 무안경 방식의 비중은 73 대 27이지만, 2015년이 되면 45 대 55로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취재팀=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