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이 전자업계로 컴백했다. 지난 2006년 연말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떠난지 4년 만이다. 구본준 부회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부른 LG전자는 전임 남용 부회장이 임기를 못 마치고 용퇴 의사를 밝힐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은 2분기에만 119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3, 4분기에도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에 전분기(1820억원)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힘들게 2위 자리에 오른 TV사업 역시 소니 등의 공세로 위태롭다. 효자사업이었던 AC사업본부(에어컨) 역시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어느 누구도 이런 LG전자를 선뜻 맡기는 쉽지 않다. 오너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본준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삼성보다 앞서 5세대 투자를 감행했다. 삼성의 투자 패턴을 따라했던 LG에서는 드문 승부수였다. 결국 중대형 1위를 달성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합작사인 필립스가 차세대 공장을 놓고 해외 공장 건설을 고집할 때 구 회장은 파주에 둥지를 틀었다. 필립스를 설득한 결과다.
구 부회장은 오너이기 이전에 가장 LG다운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구 부회장은 믿음경영, 신뢰경영의 LG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주와 시장, 소비자가 LG 편으로 돌아서길 원한다면, LG전자 초창기 진공관라디오를 만들며 일본과 미국을 이겨보겠다고 다짐하던 창업자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약화됐다는 R&D 기능을 강화하고, 100년 LG 미래상을 재설정해야 한다. LG의 승부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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