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혹독한 세월을 보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커다란 호황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D램 주문량의 70% 밖에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영업 직원들은 최근 고객을 만나는 게 곤욕스럽다. 더 물량을 달라는 고객의 읍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LCD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는 생산 라인을 풀 가동 중이지만 고객들은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최근에는 국내 파운드리 업계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례적으로 가격 인상도 추진 중이다. 경쟁으로 인해 파운드리 업계는 해마다 단가를 인하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의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호황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는 IT업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조6621억원으로 상장사 영업이익 83조9352억원의 24.6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 업종이 호황이었던 지난 2004∼2006년 전체 기업 영업이익에서 IT가 차지했던 비중인 25.10%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마냥 즐거운 표정만은 아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이클상 호황이 깊어질수록 불황이라는 불청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선 호황국면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증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경쟁자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한다. 투자나 R&D에 소극적이면 당장의 경영지표는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경쟁자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게 이 분야의 룰이다. 호황을 최대한 즐기면서 불황에 대비하는 전략을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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