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사라진 상아탑에서 기초과학마저 황폐해지고 있다.
오는 8월 6년제 약학대학 운영 방침에 따라 첫 ‘약학대학입문시험(PEET)’ 시행을 앞두고 화학·생명공학·물리 등 기초과학 전공 학부 학생들이 이 시험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운영으로 기초·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이공계 전반까지 ‘공동화’ 현상을 겪은 바 있어 대학교육 전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은 기초과학 전공자가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줄어든 숫자를 지방대에서 빼오거나, 동남아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메우고 있다고 한다. 일부 약대 교수들은 갑자기 늘어난 기초과학 전공자 수강생 숫자를 보며,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약대 입시학원 강사로 전락한 듯한 자괴감까지 느낀다니 심각한 문제다.
화학·물리 등 기초과학은 말 그대로 지금 우리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반도체·LCD·2차전지 산업 등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30∼40년 전 이 분야 학문에 뛰어든 훌륭한 인재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국가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오늘의 빛나는 성과가 만들어졌다.
생명공학·생물학 등 생명을 다루는 기초과학도 한참 융·복합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는 바이오·나노 등 산업 분야에서 국가 미래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전략 분야다.
화학·물리·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가 흔들리면 당장의 대학교육 체계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LCD·반도체·전지·의학·그린 산업 경쟁력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의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과 함께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함께 일으켜 세우려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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