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기술을 앞세워 ‘나홀로’ 승승장구하는 부품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도 경쟁사와 점유율 격차를 벌이는가 하면, 동종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홀로 약진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H바텍, 탑네트워크, 디지텍시스템스 등 부품업체들이 독창적인 기술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부품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KH바텍은 유로화 약세라는 대외 경제 확화 속에서도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들이 따라하기 힘든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외부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KH바텍은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마그네슘 다이캐스팅(diecasting)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필요한 주조 형상에 일치하도록 강철로 만들어진 금형에 용융금속을 주입해 금형과 똑같은 주물을 얻는 정밀 주조법이다. 치수가 정확하므로 다듬질할 필요가 거의 없고, 기계적 성질이 우수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마그네슘 소재는 전자파 차단기능, 우수한 강도, 가벼운 무게, 슬림한 디자인 등의 장점 때문에 전자제품 제조에 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업계에 처음 이름을 알린 탑네트워크는 독특한 기술을 바탕으로 실적을 쌓고 있다. 기존 몰딩 방식 내장 안테나 제조기법과 달리 휴대폰 내부에 도금용 구리잉크를 분사해 안테나를 제작하는 PDS(Printing Direct Structure) 기술을 개발해 획기적인 비용 절감, 휴대폰 내 공간 확보라는 가치를 실현했다. 그동안 휴대폰 케이스 제조에 주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에는 금속 도금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탑네트워크는 자체 개발한 특수 재질의 구리 잉크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했다. 부분 도금 방식으로 휴대폰 케이스에 직접 안테나를 그리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터치스크린 모듈업체 디지텍시스템스는 인덱스매칭된 터치용 투명전극(ITO)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ITO필름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업체와 차이를 벌리고 있다. 정전용량 방식 터치스크린은 좌표를 인식하기 위해 ITO 필름에 패터닝 처리를 한다. 그런데 베이스 필름과 패터닝된 회로 부분의 빛 투과율이 달라 디스플레이에 육안으로 패터닝이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베이스 필름에 4번의 특수 처리를 통해 ITO 표면과 회로면의 빛 투과율 차이를 거의 동일하게 조정하는 인덱스 매칭 기술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다른 제품에 비해 디스플레이 반응 및 표현 품질을 훨씬 높여준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에 단가 경쟁이 심하다보니, 제품 품질과 가격은 사실상 차별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라며 “경쟁사에 없는 기술로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면, 그것이 업계내 그 회사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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