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명품.’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협회장에 추대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50)이 한국 벤처의 비전으로 제시한 단어다.
그는 “과거 50년 우리나라 경제가 규모 면에서는 굉장히 성장했지만 창조적 명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정지었다. 또 “지금까지는 창조적 명품 없이 성장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급변하는 최근 상황에서는 창조적 명품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운이 달려 있는데, 그 역할을 대기업보다는 벤처가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사장이 강조하는 창조적 명품은 ‘전세계 유일한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국제 무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황 사장은 ‘왜 대기업이 아닌 벤처냐’는 질문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을 거론하며 “기술을 기반으로 열정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벤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벤처를 둘러싼 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까지 중소·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협력에서 목표를 찾았습니다. 그래서는 창조적 명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리고 누구도 만들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황 사장은 협회를 통해 “기업과 기업 간, 기술과 기술 간 융합을 적극 유도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A와 B기업 가치가 각각 100이라면, 둘이 융합해 200이 아닌 400~500을 창출해야 합니다. 융합은 기술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협회가 융합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모범 성공사례가 빨리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나의 성공한 창조적 명품은 또 다른 수많은 창조적 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젊은 창업’, ‘일자리 창출’ 등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 “지난해 말에 나온 제2기 벤처지원대책의 성패도 성공모델이 얼마나 도출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논란인 벤처확인제와 이노비즈인증제 통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공부를 아직 많이 하지 못했다”며 다만 “(통합을 한다면) 시너지가 얼마나 나타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서는 황철주 협회장 내정자에 대해 ‘나서지는 않지만 한마디의 말에 내공이 쌓여 있다’고 평했다. 또 회사 사옥 전면에 걸려 있는 대형 태극기를 거론하며 ‘애국심이 남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2010년 국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시점에 벤처협회장 내정자로서 ‘벤처의 창조적 명품론’을 꺼내든 그가 한국 벤처산업을 얼마나 흔들어 깨울지 주목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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