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확인제도와 이노비즈 인증제도 통합 논의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증제도 통합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직접 거론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해당 부처가 불과 수개월만에 정책을 번복한 만큼,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중기청의 갑작스런 정책 전환을 둘러싸고 애꿎은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중소기업청은 과거에도 수 차례 두 제도의 통합을 검토했다. 이번 통합 과정에서는 벤처·이노비즈 업계를 대상으로 통합 찬반 관련 조사까지 실시했다. 기존 벤처정책과와 기술개발과로 양분돼 있던 벤처·이노비즈 정책 업무를 벤처정책과로 합치는 등 기능 개편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조직 개편 과정에서 창업벤처국과 기술혁신국을 통합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했을 정도로 두 제도의 통합에 무게를 둬왔다.
이런 중기청이 정책 방향을 갑작스럽게 바꾼 배경에는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벤처기업협회와 이노비즈협회간 갈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벤처협회가 제도의 효율성을 내세워 통합을 주장한 반면 이노비즈협회는 제도 태생과 인증 자격 요건, 지원 혜택이 다른 점 등을 들어 통합에 반대했다. 지금도 두 기관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수평선이다. 결국 정부가 민간협회의 벽조차 뛰어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라면, 향후 지원정책 중복 등 제도 운영의 비효율성을 막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중기청의 선언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벤처협회와 이노비즈협회 소속 회원사들 모두가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중소기업들이다. 통합 문제를 떠나 국가경제와 중소기업 정책이라는 큰 틀 차원에서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길 바란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