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전기통신설비(자가망) 관리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될 전망이다. 업계와 정부부처 일부, 지자체 정보화담당관까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가망 관리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면 이제 지자체는 자가망 구축 사실을 중앙정부에 통보하지 않아도 스스로 결정해서 구축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의 자율권 존중과 비용 절감 등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국가 네트워크의 중구난방식 난개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 정부에서 지방분권화를 목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이번 정부로 그대로 계승돼 최종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 주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지자체 이양을 처음 논의했던 지난 정부에서는 자가망이 매우 제한적으로 쓰였다. 지금은 거의 모든 지자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가망을 깔려는 욕구가 커진 상황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망 투자 중복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자체 쪽에서도 일단 투자를 해 놓고 자가망에서 운영비용이 나오지 않게 되면, 목적 외 사용이나 타인 매개를 요청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망 사업자가 지자체마다 하나씩 나오는 기형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국가 정보통신망 고도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직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방통위는 하반기에 전기통신기본법을 일부 개정해 ‘자가전기통신설비설치신고에 관한 사무’ 권한을 현행 방통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게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재 논의 중인 지자체 이양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최소한 난개발·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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