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후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인수위 때부터 골 깊은 이 대통령과 과학기술계의 앙금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는 대통령이 참석해 과학기술인과 희망과 미래의 덕담을 나누는 자리로 유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3년차인 2006년까지 매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만큼 위상이 높았다. 이후 이 행사에 국무총리가 참석하더니, 2008년에는 급기야 주무 장관만이 참석하는 행사로 격하됐다. 과학기술계가 홀대받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신년인사회에 이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참석자들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일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500만명에 이르는 과학기술인과 정보통신인 사이에 인기가 별로 없다.
이기준 과총회장은 “우리는 IMF 어려움 가운데 연구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를 줄였던 쓰라린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과학기술정책과 교육이 명실상부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대대적인 조직의 혁신과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 말에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 행간에 바로 500만 과학기술인이 대통령에게 전하는 신년 메시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과학기술계는 악연이 깊다. 대통령은 인수위에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체를 결정했다. 산업화로써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을 만든 과학기술부, 세계 1위의 디지털 강국을 만든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500만 과학기술인과 정보통신인들을 섬기겠다던 대통령이은 과학기술강국과 정보통신 강국의 구심점이었던 과기부와 정통부를 없애버린 것이다. ‘토목 대통령’이라는 비난도 그때부터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위기 이후를 보고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하며 미래기술 투자야말로 지금의 경제난을 풀어갈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이 적극 나서줄 것” “어렵더라도 국제시장에서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될 연구개발 투자에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구절절 옳다. 하지만 말로는 부족하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이끈 과학기술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밥상 위에 젓가락 하나 놓는 그런 분야가 아니다. 녹색성장에서 전통산업을 보완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이끌 주력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통치권자가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그린IT 육성을 주력으로 내세운 것도 이유가 있다.
IT산업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동조하는 과학기술인은 어디에도 없다. 통신 인프라 구축과 정보기기 단말기 확산이 산업을 부양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공해를 감소시킨다. 이 대통령이 찾는 성장동력은 바로 40년간 검증받은 과학기술이며 디지털산업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래 먹을거리와 비전을 담당할 구심점을 회복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500만 과학기술인과 정보통신인을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그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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