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단어는 아마도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이미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그 영향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인식이 최근 들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IMF나 OECD 등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가 새해 2%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가 겹쳐 국내 경기성장이 둔화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의 내년도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6.8%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대기업의 65%가 내년도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제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국내 R&D 투자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도 R&D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준 혹은 그 이상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69%가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밝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00대 기업의 64%가 올해 수준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연구원 신규채용 또한 응답기업의 63%가 올해 수준 이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IMF 당시 기업들이 R&D 투자와 연구원을 빠르게 줄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해나가려는 기업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들 100대 기업이 산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R&D 투자 비중이 65.2%(2007년 기준)로 매우 높다는 점에서 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0대 기업은 중장기 연구과제에 대한 투자 곤란과 신규 연구인력 채용 축소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여건과 내년도 경영환경 악화전망 등으로 인해 장기적 성장의 뿌리가 될 수 있는 R&D 투자에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R&D 활동은 그 속성상 당장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의 R&D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연구인력의 신규 고용 촉진을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노민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임연구원 cool@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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