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Growth)의 열병(fever)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간은 환경과 문명 위기를 극복할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미래학자이자 유엔미래포럼 브라질 대표인 로사 알레그리아(51)는 ‘그린 이코노미’에 대한 생각을 이 같이 밝혔다. 인간은 그간 지나치게 물질적, 수치적인 성장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현재의 환경, 문명 위기가 일어났다는 것.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물질적 측면 외에 삶의 질, 행복 등 다양한 측면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장에 대해 인류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2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GNP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의 다섯배 이상이지만 삶의 질도 마찬가지인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는 “‘성장’보다 ‘개선’의 개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성장에 대한 집착을 ‘열병’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생각을 기업이나 국가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본인도 그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경쟁력에 대한 관점 역시 바뀌고 있음을 지적한다. 1950∼60년대에는 대량생산·표준화·가격이, 70∼80년대에는 거대시장·제품 이미지가, 90년대에는 시장대응성, 제품의 질과 가치가 경쟁력의 근원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기업, 제품의 윤리와 소비자의 신뢰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알레그리아 대표는 특히, 전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금이 그린 이코노미에 대한 전 세계의 시각이 바뀌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해부터 모든 기업에 자사 판매 제품의 폐기물을 직접 수거하게 한 브라질의 지속가능성 정책은 그가 그린 이코노미가 시작되고 있다며 강조하는 하나의 예다. “제가 하는 말은 하나의 선택사항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점을 간과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는 성장에 대한 개념을 바꾸자는 주장으로 인해 자신을 기술반대론자로 생각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기술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는 못하던, (사람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먼 곳에 가지 않고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은 기술로, 브라질은 환경이나 자원으로 협력할 수도 있겠지요.”
미래컨설팅회사 퍼스펙티바(Perspektiva)의 CEO며 상파울루 가톨릭대학교 교수이기도 알레그리아 대표는 성장보다 개선을 추구하는 ‘그린 이코노미’의 미래를 확신했다. “저는 낙관주의자입니다. 인간의 현명함은 인간을 그린 이코노미로 이끌 것입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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