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 어둠속에 빛이 있다

 힘겨운 시기다.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10여년 전 IMF 때는 우리만 어려웠다. 그 때문에 해외 시장이라는 돌파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힘들어 하고 있다. 소니 등 글로벌기업의 구조조정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터널은 끝이 있는 법이다. 비록 현재는 이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아득하지만 언젠가 경기는 다시 기지개를 편다. 그것이 순리다. 또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세계적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 조사에서도 지난 1927년 이후 경기침체기의 불황기는 평균 11개월에 불과했다. 장기 불황기라고 해봐야 2년을 넘지 못했다. 새해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새해에도 여전히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히트상품은 나올 것이다.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강해지는 기업도 나타날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뒷바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맞바람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도 이번의 위기를 더욱 강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장 흐름을 냉철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새해 전망이 안개 속이라지만 희망의 조짐도 곳곳에서 보인다. 가트너를 비롯해 IDC 같은 외국 대형 시장조사 기관들은 컴퓨터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서비스 같은 IT시장이 18개월 내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2년간 IT시장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더라도 닷컴 붕괴가 닥쳤던 지난 2001∼2003년보다 괜찮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는 몇 년 전 더 차가운 경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 잘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점도 희망을 갖게 한다. 여기에 선진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지만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같은 시장도 계속해 새로운 IT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적기에 공급하는지에 달려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인포메이션네트워크가 꼽은 나노소재, 태양광 패널, 미세전자기계시스템, LCD,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같은 5개 유망 품목도 세계 IT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CD는 최근 수요가 주춤해 걱정인데 대형 LCD 패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돼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에 불과하다. 새해에도 우리 업체들이 세계 LCD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피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글·인텔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일찍부터 사업강화에 나서고 있는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잇달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과감한 연구개발과 시장 판도를 바꾼다는 열정을 갖고 매달리면 글로벌 플레이어가 못될 것도 없다. 얼마 전 모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어렵기는 입사 후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현재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 기준 127개나 되는 세계 시장 1위 품목을 갖고 있는 저력 있는 나라다. 메모리반도체 등은 벌써 몇 년째 세계 1위다. 최고는 최악에 더 강해지는 법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 이를 다시 한번 증명해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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