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출 시장 "일본이 날개다"

日 수출 비중 높은 中企 콧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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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고를 파고들어라.’

 일본시장이 한풀 꺾인 우리 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기회의 열도’로 떠올랐다.

 폭등한 엔화 환율을 호기 삼아 경쟁력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 대일 수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했던 일본 기업도 위안화 급등에 따라 원가경쟁력과 품질력에서 우위인 한국 제품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2일 업계 및 정부·수출 지원기관 등에 따르면 주력 품목 중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빛과전자·케이엠더블유 등 중소기업이 엔화 상승 바람을 타고 3분기에 흑자 전환하거나 벌써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도 일본에서 한국산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시장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광모듈 수출업체 빛과전자는 지난해 연간 2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11억여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송대성 이사는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자재에서 일부 마이너스를 감안하더라도 매출 기준으로 10∼15% 상승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일본 KDDI에 이동통신 RF부품을 주력 수출하는 케이엠더블유는 일본 통신 쪽 신규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400억∼500억원대의 대일본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대익 케이엠더블유 부사장은 “경기 침체에도 제품 경쟁력이 있으면 안 가져다 쓸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이 엔화 상승 효과까지 더불어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IT 제품 위주로 수출 라인업을 다시 조정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일반 DVD 제품을 단종하는 대신에 블루레이 기반 DVD 제품으로 새로 일본 시장에 뛰어든다. 프리미엄 모니터와 디지털액자에서 프리미엄 세탁기까지 다양한 제품 출시를 모색 중이다.

 배형기 LG 일본법인 팀장은 “일본 시장은 자국 브랜드가 강해 다른 글로벌 업체가 진입해서 연착륙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 시장을 겨냥한 고객 인사이트 기반의 제품 위주로 품목을 재편성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급등세가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본격화된만큼, 4분기 우리 대일 수출 주력기업의 실적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과 미국에 각각 139억6100만달러와 65억400만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으면서도 같은 기간 일본에서만 양국을 합친 금액보다도 100억달러 가까이 더 많은 303억3100만달러의 적자를 낸 정부로서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엔화 상승 상황에서 우리 제품의 대일 수출을 늘릴 획기적 방도를 찾고, 길을 뚫는 일이다.

 상당수의 일본 부품소재 수입업체는 발주처 변경에 상당한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귀현 무역협회 무역진흥팀 부장은 “일본 기업 측에서는 환율 변동으로 한국제품 가격이 작년에 비해 절반으로 하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중국에서 조달하던 업체들이 최근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 확대와 맞물려 한국 제품 구매로 돌리려 한다”고 전했다.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KOTRA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남우석 KOTRA 아·대양주팀 일본 담당 과장은 “9월 엔화 급등 후 전기전자·자동차 등 주요 산업을 위주로 한국산 수입을 늘리겠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도 내수시장이 침체됐으며 내년 경기도 우려하는 상황이어서 한국 제품의 가격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OTRA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최근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4개 무역관에서 현지 30여기업을 대상으로 거래처 변경과 관련해 긴급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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