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그룹 멤버십 시스템을 오라클 클라우드(OCI)로 전환하는 등 금융권 대표적인 '친 오라클' 진영으로 분류됐던 하나금융그룹이 전 계열사에 '국산 오픈소스 DB 도입'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은 국산 소프트웨어(SW) 채택을 넘어, 비용 구조와 기술 주도권을 그룹 스스로가 통제하겠다는 방향 전환으로 해석된다.
◇ 비용 구조 재편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비용 통제권 회복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오라클 DBMS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매년 유지보수료 인상과 복잡한 라이선스 감사 정책을 통해 사실상 '슈퍼 갑'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하나금융은 이번 그룹 통합 무제한 라이선스(ULA) 계약을 통해 이러한 구조에 제동을 걸었다. 국산 오픈소스 DB를 전사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향후 3년간 라이선스 비용을 고정하고, 시스템 증설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IT 인프라 비용을 보다 예측할 수 있게 관리하겠다는 경영진의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가속
기술적으로는 특정 외산 벤더에 대한 종속 구조를 해소하고, 클라우드 중심의 유연한 IT 아키텍처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하나금융이 선택한 PostgreSQL 기반 오픈소스 DB는 글로벌 표준 기술로,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이는 향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등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특정 벤더의 로드맵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전략에 따라 IT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금융 IT 업계에서는 무겁고 라이선스 구조가 경직된 전통 상용 DBMS보다, 클라우드·컨테이너 환경에 적합한 오픈소스 DB로의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픈소스 역량까지 축적
이번 계약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포인트는 기존 오라클 DB 환경을 오픈소스 DB로 전환하는 과정에 필요한 마이그레이션 기술과 인력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조건이다.
통상 '탈 오라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 이관과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난이도와 운영 리스크다.
하나금융은 이러한 리스크를 솔루션 공급사와 분담하는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전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부 엔지니어들의 오픈소스 운영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IT 담당자는 “보수적인 4대 금융지주가 전사 표준으로 오픈소스를 채택한 것은 금융 IT 시장에서 외산 상용 DB 중심 구조에 균열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하나금융의 이번 결정은 타 금융사와 공공기관의 IT 전략에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