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 결합을 불허했다. 가격 인상과 시장 집중 심화 가능성이 커 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연쇄 인수 전략(롤업 전략)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렌터카 시장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공정위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단기·장기 렌터카 시장 모두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결합 금지 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앞서 SK렌터카를 인수한 상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동일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을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사 간 결합으로 봤다. 경쟁사와 고객사 의견 수렴, 렌터카 이용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경제분석을 병행해 심사를 진행했다. 렌터카 시장은 대여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와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로 구분해 각각 판단했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내륙과 제주 모두 1·2위 사업자다.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내륙 29.3%, 제주 21.3%로 집계됐다. 반면 나머지 경쟁사는 대부분 영세 사업자로 개별 점유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공정위는 자금 조달 능력, 브랜드 인지도, 전국 영업망과 IT 인프라, 차량 정비·중고차 판매 연계 등에서 두 회사가 중소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결합이 이뤄질 경우 '대기업 1곳 대 다수 영세 사업자' 구도가 고착화되고, 가장 근접한 경쟁사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특히 제주 지역은 렌터카 총량제로 신규 진입이나 차량 증차가 제한돼 유효한 경쟁자 등장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공정위는 최근 수년간 두 회사가 제주 지역 경쟁사 차량을 흡수해 온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1·2위 사업자다. 2024년 말 기준 합산 점유율은 38.3%에 이른다. 공정위는 캐피탈사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비율 제한으로 장기 렌터카를 자유롭게 확대하기 어렵고, 고금리 환경에서 리스 시장이 축소되는 흐름도 경쟁 여건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정비와 중고차 판매를 함께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와 캐피탈사 간 사업 구조 차이도 고려 요소로 제시됐다.
공정위는 가격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로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렌터카 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한 사례로 설명했다. 렌터카 시장은 2024년까지 동반성장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기존 사업자의 시장 확대가 제한돼 왔고, 이로 인해 상위 사업자 중심의 경쟁 구도가 장기간 고착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사례를 사모펀드가 동일 산업 내 상위 사업자를 순차적으로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이른바 '롤업 전략'에 대해 처음으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다만 사모펀드 여부 자체가 아니라 시장 구조와 경쟁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경쟁 제한 우려가 상당한 경우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기간 내 유효한 경쟁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행태적 조치로는 경쟁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행태적 조치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기간 안에 경쟁 구조가 회복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