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급락한 비트코인이 올해 초 한때 9.8만 달러(1억42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가, 8.7만 달러(1억2600만원)까지 하락하는 등 약세 조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같은 위험자산인 주식의 추세적 상승세와도, 또 같은 물가 헤지 상품이라는 금 가격 상승과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왜 이런 약세 장세가 길어지고 있나. 전문가들은 가장 직접 영향을 준 첫 번째 요인으로 현물 ETF 이탈을 꼽는다. 특히 지난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선 12억 달러(1.7조원) 순유출이 발생했는데, 이런 대규모 유출은 2024년 후반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매수 기반이 약해진 신호로 보고 있다. ETF가 순유입일 땐 비트코인 하락 시마다 이를 저지해 주지만, 순유출로 전환되면 반대로 오를 때마다 매물압력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둘째, 현재의 매크로 변수가 비트코인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주식에서와 같은 실적 요인이 없어서, 주로 유동성이나 달러 강약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유동성과 달러 강약에 직접 영향을 주는 미 금리가 핵심 변수다. 지금처럼 미 금리 인하 기대가 낮고 AI 자금 조달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유동성이 줄고 달러가 강세로 전환한다. 모두 비트코인 가격에는 부담 요인인 셈이다.
셋째, 선물시장의 강제 청산 여진이 여전히 가격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중·하순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선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선물시장에선 누적 약 7억~10억 달러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고, 하루 2~3억 달러 이상의 청산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는 현물의 대규모 매도 없이 선물시장 충격만으로 가격이 급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현재도 당시 여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고, 특히 무기한 선물시장에선 가격이 2~3%만 움직여도 차입 포지션을 자동 청산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상승 전환하기 어렵단 얘기다.
이외에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 등 디지털자산 규제 입법의 지연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규제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로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 리스크를 중시하는 기관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을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 이런 약세 요인에 대해 현재 비트코인의 큰손들 분위기는 어떤가. 던지는 분위기인가 아니면 관망인가. 우선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관망'으로 본다. ETF 순유출이 있었지만, 남아 있는 기관들은 ETF 순유출이 멈추고 금리·달러 흐름의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탈출이라기보다 현금화 이후 대기 국면이란 얘기다. 헤지펀드와 전문 트레이더들은 매매는 하되, 단기적인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차입 거래를 줄인 상태에서 반등 시엔 매도 기회, 하락 시에는 강제 청산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후에만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대세다.
비트코인을 오래 매매했던 고래(Whale)와 디지털자산 재무 기업(DAT)들의 움직임은 작년 말 한때 매도가 나왔지만, 올해 들어선 조용한 편이다. 일부 차익 실현 외엔 온체인 상의 대규모 매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여전히 장기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고, 현재 고금리·달러 강세 여건에서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큰손들은 패닉 매도는 없어졌지만, 추세 베팅보다 금리·달러 여건의 전환을 기다린단 얘기다.
따라서 향후 비트코인 전망에는 클래리티 법안 등의 요인도 없진 않지만, ETF와 미 금리·달러의 향방, 특히 ETF와 달러도 미 금리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보면 미 금리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인인 셈이다. 그럼 4.2~4.3%(국채 10년물 기준)로 오르고 있는 미 금리는 언제쯤이나 하락 반전할 수 있을까.
시장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AI·첨단산업 투자로 인한 대규모 자금 조달 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 2분기 또는 3분기쯤이나 가능할 거란 의견이 많다. 그때까지 당분간은 약보합 또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