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수장을 맞이한 지 6개월이 다 돼 간다. 위원장 취임일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종종 ‘벌써 6개월이냐’는 말과 ‘아직도 6개월이냐’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물리적 시간으로 보면 6개월인데, 감각적 시간으로 보면 3∼4년은 족히 흐른 것 같다는 말일 것이다.
과연 이질적인 부처가 통합된 방통위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기는 한 것일까. 방통위는 4일 업무보고 때의 MB 칭찬에 고무돼 있지만 관가 주변은 이에 대해 ‘아직은’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합의제 부처면서도 독임제적 업무 스타일이 필요한 조직 탓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현대는 속도경영의 시대다. 정확하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이 관건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마찬가지다.
합의제인 방통위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사업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일면 사소한 사안이라도 모두 심의에 올려야 한다. 심지어 서비스사업자와 소비자 간 100만원짜리 조정 대상도 심의해야 한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독임제적 요소를 가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통신분야는 특히 그렇다. 가벼운 분쟁이나 정책 사항은 실무진 전결로 처리하고 중요한 안건만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무처장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때 사무총장을 만들려다 ‘자리’ 하나 늘리려는 꼼수라고 비판받았으나 현재의 상황은 이의 필요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합의제가 가져온 또 하나의 단점은 폴리티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전문 관료의 의견이 비전문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정치적으로 막히는 사례가 생겨나는가 하면 줄 세우기도 진행되고 있다. 소신보다는 윗선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진 이유다.
상임위원 또한 마찬가지다. 상임위원은 안건이 상정됐을 때 심의하는, 말 그대로의 위원이지 차관은 아니다. 굳이 차관급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통위같이 작은 조직에 당파성을 가진 네 명의 차관이 있다고 보면 얼마나 많은 비효율이 생겨나겠는가. 차관 예우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대국민 서비스 자세를 갖추라는 얘기다.
부처 간 정책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정위다. 사후 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사실상 사전 규제나 마찬가지인 영역으로 다시 치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연히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 매니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전의 행자부와 정통부·산자부 업무조율을 위해 만들어진 전자정부특위 같은 조직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직속기관인 방통위가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의 조정을 받기도 곤란하다.
지경부와는 산업 진흥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선언, 치고 나가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지경부와의 갈등은 특히 기금까지 걸리면서 기 싸움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산업의 제일 윗단에 위치하고 있는 통신은 규제와 진흥을 떼 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당연히 효율성을 생각하면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연구개발(R&D)의 일정기금은 수요 부처로 가는 게 맞다. R&D와 수요부처를 떼어놔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 적은 거의 없다.
휜 것은 바로 펴고 막힌 곳은 뚫어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조직의 비효율적 요소를 점검해 필요하다면 바로잡고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 세팅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할 수 있다. 갈 길 바쁜 방통위의 시작은, 그래서 지금부터다.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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