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에, 인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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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끝이 아니었던가. 휴대폰과 함께 우리 전자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인도라는 새 선수가 등장했다. 인도 최대 IT 제조업체인 비디오콘은 2010년께 가동을 목표로 LCD 패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인도의 3대 재벌인 릴라이언스그룹은 LCD·반도체·태양광 등 대규모 장치사업에 뛰어들기로 하고 정부와 협의 중이다. 릴라이언스는 화학제조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핵심 전자부품 사업으로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비디오콘 역시 세트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LCD 사업에 눈을 돌렸다.

 ‘브릭스(BRICs)’라는 이름으로 인도가 중국 등과 함께 세계 경제에서 급부상했지만 사실 우리와 경쟁 관계인 것은 아니다. 인도의 주력 산업은 알려진 대로 IT. 그런데 이 IT는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기술이다. 정보통신은 물론이고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기전자업종도 IT로 보는 우리와 개념이 다르다.

 인도가 우리의 주력 산업 분야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이라는 복병에다 인도까지 등장하니 우리도 이제는 긴장해야 한다. 두 나라가 대만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잠재력은 대만을 훨씬 웃돈다. 두 나라 모두 워낙 시장이 커 자체 수요가 막대하다. 선진 기업의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시너지 효과가 높다. 이공계 인력 또한 우수하다.

 시간 여유는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들어간 중국 토종 기업들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인텔과 샤프 등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구조다. 인도는 낮은 투자 인프라, 경직된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안착 기간은 중국보다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이럴지라도 두 나라가 지금의 대만처럼 되려면 길어야 10년이다. 두 나라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의지로 봐서는 더 당겨질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이 그랬다. LCD만 해도 양산을 시작한 지 몇 년 안 돼 일본을 제쳤다. 대만 역시 우리를 그렇게 따라잡았다.

 우리의 파워는 양산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다. 대만도 아직 이 벽을 못 넘는다. 그런데 엄밀히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원천 기술이 아닌 양산 기술이야 언제든 추격을 받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뜯어보면 협력사의 희생을 뒷받침으로 했다. 생산장비와 소재 등을 여전히 일본과 구미 기업에 의존한다. 원천 기술과 핵심 장비 및 소재 기술이 없으면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금 부풀리자면 베이징올림픽 야구 쿠바와의 결승전 때, 이기는 상황에서 맞은 9회 말 수비 상태라고 할까. 아무리 뛰어난 마무리 투수일지라도 늘 ‘세이브’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핵심 기술의 확보가 답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저마다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대기업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다. 장비와 부품 협력사들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세계 1위라도 대만과 중국, 인도 기업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다. 당장 납품 단가 인하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협력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납품 기회를 주거나 물량을 확대해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정책 당국 역시 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자 어느덧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오산이다. 아직 취약하다. 더 키워야 한다. 인도의 등장은 우리 업계와 정부에 다시 구두끈을 매라고 일러주는 신호탄이다.

신화수 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