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사태가 터진 이후 ‘정부가 손놓고 있다 당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여러 대책이 나오면서 독도연구소 설립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고증 자료나 대응논리 면에서 우리가 앞서면서도 체계적인 자료 활용과 정보총괄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 정책조정, 홍보를 총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연구소 설립 지시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 차원의 면밀한 대응, 특히 중장기적 차원에서 준비와 대응을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연구소 설립은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기본 틀이 될 것이다.
다만, 왜 이제야 그런 조치를 취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북한을 보더라도 독도와 별 다르지 않은 상황에 있다. 물론 통일연구원과 같은 곳에서 연구가 이뤄지기는 하나 연구영역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더구나 과학기술과 같은 전문영역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다.
‘탈북 과학자’라는 말이 있다. 북한 관련 연구를 하다 더 이상 하지 않는 남한 연구자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이들이 가졌던 연구역량과 경험이 사장되는 것의 안타까움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정부 관련 부처를 보면, 담당 공무원은 수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뀐다. 민관 모두 전문 역량을 갖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이런 사정과 달리 북한 사람과 접촉해 보면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본다. 뛰어난 전략이 보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그들은 오랫동안 그 일에 종사한다는 점이 확연한 차이다.
그들의 폐쇄성에 비해 상당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듯하고, 우리 사정에 정통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물론 그들에게 수많은 단점이 있다. 수직적 구조에서 그들 내부의 상호 협의 체계가 부족하다거나 원활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독도 사례에서 보듯이 가깝게는 남북협력을 강화하고 또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전문 분야별 대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의 첫째는 인적 전문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고 북한과 협력해 얻은 경륜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통일IT포럼과 같은 전문영역별 모임이 연구 지향 모임으로 발전, 전문가 간 지식 공유 및 확산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북한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영역별로 자리 잡고, 이들이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연구예산 확보와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
둘째는 체계적인 정보 활용과 정보분석 기능을 갖춘 지식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 북한과 지속적 연계가 가능한 정보라인을 다양한 채널에서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 과학기술의 상당 영역을 확인할 수 있는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같은 웹사이트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유통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 정밀분석을 가미한 결과들이 지식시스템에서 활발히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의 축적은 곧 대북 정책과 남북협력의 현장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인적·물적 시스템의 구축은 독도 대응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며, 활발한 남북 교류 이상으로 대북 역량을 축적하게 될 것이고, 때를 만나면 더 큰 성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최현규 KISTI 계량정보연구팀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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