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기업`이 나아갈 길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내 첫 대학 기술지주회사인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HYU홀딩스) 설립을 인가함에 따라 국내에도 ‘대학 기업’ 시대가 열렸다. 바야흐로 이제 대학도 기술을 파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한마디로 대학이 갖고 있는 기술 중 상품성이 있는 기술을 끄집어내 일반 기업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세계적 명문인 스탠퍼드대학이다. 이 학교는 실리콘밸리와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각종 고급기술을 상품화함으로써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물론 이 돈은 양질의 학교 운영에 쓰여 상호 간에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고급인력의 산실인 대학은 어느 곳 못지않게 우수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지 않아 뛰어난 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했고 이어 올 2월 이를 본격 시행, 현재 한양대 외에도 서울대 등 10여개 대학이 지주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를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개발의 선순환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즉, 돈이 되고 대박을 터뜨리는 기술을 대학이 하나 둘 내놓음에 따라 다른 대학이 이에 자극을 받고, 결국 각 대학 간에 서로 좋은 기술 개발 경쟁이 불붙어 그만큼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수한 기술과 이를 상품화, 시장에서 히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앞으로 제대로 정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 과연 대학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기술의 가치 평가 금액이 자본금의 51%를 넘어야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요건을 까다롭게 내세운 것이다.

 물론 기술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기술평가원 등에서 기술 평가를 받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건당 2000만∼3000만원대로 만만치 않은 것도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가 겹쳐 정부가 오래 전부터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제도적으로 열어놨지만 이제야 1호가 나오는 등 그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 상품화 시대를 맞아 대학이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처럼 수익을 내기 위해 애쓰는 것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을 바라는 대학으로서는 주목할 만한 시도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많은 관심 속에 탄생한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더욱 빨리 정착하도록 애로 사항이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또 대학은 이왕 기술의 상품화에 나선 이상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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