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포진해 있는 산업단지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 경제권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60년대 초반 산업시설이나 자본이 척박하던 시절 울산과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70년대 구미·창원·여수 등 중화학단지를 조성하며 ‘한국의 산업화’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첨단 기술과 산업 클러스터를 무기로 전통산업과 디지털을 접목, 국민소득 3만달러 실현을 위한 제2, 제3의 기적을 일구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지식경제부·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공동으로 한국 산업화의 원천이던 산업단지의 달라진 위상과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산업단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정리한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경제 개발의 총아였던 수출 산업의 최대 집적지 ‘산업단지’를 빼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난 75년 지식경제부(옛 상공자원부)에 들어가 지난 2004년까지 30년간 우리나라 산업 육성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온 ‘산업통’ 김칠두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의 진단이다.
지난 60년대 한국의 산업화를 주도하던 산업단지가 이제는 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이명박정부의 실용화 틀에 맞춰 광역 경제권 중심의 산·학·연·관 협력 시대의 중심 축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1인당 GNP 3만달러 실현 ‘우리 손에’=전국 30개 산업단지 총 면적은 2억6687만7900㎡다. 우리 나라 국토 면적의 0.26%에 해당한다. 전 국토의 70%인 산과 일반 주거지역, 도로 등을 제외하면 엄청난 면적이다. 입주 업체만 3만개가 넘고, 근로자는 69만명이나 된다.
이들이 발로 뛰고 있다.
정부는 전국 산업단지의 클러스터 기반 마련을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 총 828억원을 투입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화가 목표다.
당장 대상은 총 12개 산업단지다. 기존의 창원·구미·울산·광주·군산·반월·원주 등의 산업단지에 새로 추가 지정된 인천 남동·대구 성서·부산 녹산·전남 대불·충북 오창 산단 등을 대상으로 각 지역 여건에 맞는 클러스터별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공동 R&D와 인력양성·마케팅·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별 맞춤 기업지원 전략도 마련했다.
특히 R&D 역량 강화를 위해 5대 과제를 새로 선정했다. △구미는 산업협업기술 개발 △군산은 자동차용 친환경 부품 R&D 집적센터 구축 △울산은 친환경 저가형 자동차 부품 개발 △광주는 광응용 중소기업 연구집적센터 구축 △창원은 지역혁신체제 구축 사업을 중심으로 산업단지를 전면 리모델링한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 정책 등 정부의 기업지원정책과 연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도 세워놨다.
한국형 클러스터 운영 시스템인 전국 36개의 ‘미니 클러스터’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도 닦아 놓을 계획이다. 성과 확산을 위해서는 지난해 산업클러스터 관리모델로는 처음으로 ISO 인증 및 특허를 획득한 미니클러스터 관리 시스템(CMS)을 활용한다.
◇‘규제 전봇대’제거 산실로=산업단지 관리 기관인 산단공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사업’이 조만간 본격화되면 서울디지털 산업단지를 비롯한 인천 남동, 부평, 주안, 반월·시화 등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정주 여건과 교통, 물류 환경 등이 대폭 개선돼 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기업 규제 개선을 위해 산단공은 법령개선을 추진하는 등 달라진 환경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관리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입주 기업 중심의 애로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소한 뒤 사후 관리해 나가는 ‘기업 애로 발굴 처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 추진한다. 일 처리 진행 과정을 고객이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 체계도 도입한다.
또 지난 97년 출범한 이래 공장설립 지원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온 ‘공장설립지원센터’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측량이나 환경평가 대행업무 등을 새롭게 서비스 항목에 포함시켜 공장설립과 관련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일괄대행하겠다는 것. 공장설립 대행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행정정보 공유를 통한 민원 공부 접근권을 확보하는 등 온라인에서 공장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향후 공장설립 신청에서부터 승인까지 모든 인·허가 업무를 온라인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산단공의 복안이다.
공장설립 정보망(FEMIS)을 보완해 공장설립 대표전화(1566-3636)를 이용한 실시간 지원서비스도 강화한다.
◇신산업위한 입지난 해결 나서=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산단공이 지식경제부와 강력 추진하는 사업이 바로 기업 입지 공간 확충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착공을 목표로 김해 일반지방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권 중소기업 입지난 해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150만㎡ 규모의 김해 산단 조성으로 기계(의료기기, 장비 포함)·전기·전자 분야 산업 활성화를 꾀하게 된다.
또 수도권 중소기업 입지난을 해소하고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소규모 산단 ‘장호원산업단지’도 올해 준공한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이 산단은 6만㎡ 규모로 오는 10월 준공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첨단 도시형 업종을 유치한다.
첨단 의료 기기 산업 및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원주 문막 반계산업단지는 오는 11월 공사에 착수한다.
이 외에 시화하이테크 아파트형 공장이 지상 5층 연면적 2만2086㎡ 규모로 다음달 완공되면 첨단 부품소재 기업 71개가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들어간다. 또 삼성전자 협력업체 등 28개 업체가 입주할 광주 첨단산업단지 내 광주하이테크센터 Ⅱ단계 사업도 지난달 착공해 내년 완공할 예정이며, 부산 녹산 청정도금센터, 대구 비즈니스 센터, 여수 공용파이프랙 Ⅱ단계 설치 사업 등을 조만간 착공할 계획이다.
◆기고-"지역발전 거점으로 산업단지는 변신 중"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cdkim@e-cluster.net)
국민경제를 풍요롭게 해준 산업단지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2년간 일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함정에 빠져 있던 한국경제가 지난해 2만달러의 벽을 넘으면서 기업의 최대 집적지(클러스터) 산업단지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의 돌파구를 되찾기 시작했다. 바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가능하게 한 산업단지를 부흥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야심찬 기지개를 켠 것이다.
다소 뒤늦었지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산업단지야말로 지역개발의 핵심 거점이라는 재인식이 고조되면서 올해는 산업단지가 경제 활성화의 주인공으로 복귀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산업단지는 고유가와 환율문제 등 악재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우리나라가 수출 3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데 중추 역할을 해냈다.
외환위기가 극복되던 2000년 이후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고용 창출은 연평균 4.8%씩 상승한 것을 보면 산업단지가 수출 증대와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의 핵심 거점임을 깨닫게 된다.
새봄 대지 위의 새싹처럼 전국 곳곳에서 한국형 산업단지의 탈바꿈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형 첨단 서울디지털밸리로 변신에 성공한 옛 구로공단의 성공 모델을 이어받아 전국 주요 산업단지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바로 산업클러스터라는 도약의 해법을 찾아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기 위해 ‘산업단지 부흥’의 원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업사는 곧 산업단지의 역사일 만큼 산업단지는 한국형 경제성장의 대표적 성공모델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창원 등 전국 7개 시범단지에서 출발한 산업클러스터는 최근 5개 산업단지에 대한 추가 지정이 확정됨에 따라 바야흐로 국가 및 지역경제 성장의 새 희망으로 거듭나는 뜻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기업인이 신명나게 뛸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클러스터를 위해 다시 시작할 때가 됐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부흥을 위해, 신산업의 요람으로 변신하는 세계 최강 반열의 산업클러스터를 꽃 피우도록 한국형 신산업단지 프로젝트를 마련할 때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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