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름다운 도전

 6년 만에 컴백해 ‘댄스머신’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춤 솜씨로 ‘텔미 열풍’을 일으킨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그리고 한때 게임업계에서 명성을 날렸던 김광삼 교수(청강문화산업대 컴퓨터게임과). 두 사람은 1972년생 쥐띠 동갑내기다. 쥐띠생 중에는 문화콘텐츠계 인물이 많다고 한다. 둘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을 보면 ‘괴짜’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과감한 옷차림과 유별난 행보로 괴짜 최고경영자(CEO)의 전형으로 꼽히는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손과도 닮았다.

 둘 다 노래를 만들고 게임을 개발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자 행복한 일’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이들은 또 ‘노래’와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그들의 열정도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두 쥐띠 동갑내기가 새해 들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후배(제자)들과 함께 미국 팝 시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에 각각 도전장을 던진 것.

 박진영은 올 상반기 자신이 키운 임정희 등 3명의 후배 가수를 미국 팝 시장에 데뷔시킬 계획이다. 박진영의 미국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2003년 국내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박차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었다.

 무명의 아시아 작곡가던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0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JYP USA를 세웠고 힙합계 거물인 R 켈리와 계약도 했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일궈낸 또 하나의 성공 신화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 이름이 오를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이달 초 ‘별바람’이 게임업계로 돌아왔다. 별바람은 90년대 후반 게임업계에 등장해 당시로선 드물게 ‘원맨 개발자’로 명성을 날렸던 김 교수의 닉네임이다. 그가 5년 만에 정식으로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인 PC게임 ‘그녀의 기사단’을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모바일 게임은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며 “앞으로도 제자들과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의사에서 게임 개발자로, 이어 대학 교수로 직업을 바꾼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재 학내벤처기업 대표와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까지 맡아 1인 4역을 소화해 내고 있다.

 “혼자라면 좀 더 빨리 일을 진행했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김 교수는 안정된 생활을 뒤로한 채 대학에 남아 후배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이 저마다 정한 목표를 향해 희망찬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도전하는 삶이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도전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중간에 주저앉기 십상이다. 이럴 때 선배가 이끌어주고 후배가 믿고 따라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함께 도전하고 함께 꿈을 이루는 것이 더 큰 보람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희망이 엿보인다.

 김종윤 탐사보도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