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3월이 되면 지난해 국가별 소프트웨어(SW) 불법 복제율이 어느 정도였는지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앞다퉈 발표한다. 집계와 계산 방식 차이로 각기 숫자는 다르지만 국내 SW 불법 복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결과가 발표되면 누구의 숫자가 맞는지부터 국민의 양심이 어떻다, 국내 SW산업의 토양이 어떻다, 이런저런 말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SW사업을 하는 기업은 말이 없다. 지난해 SW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불법 복제 비친고죄 이슈도 마찬가지다. 고소 없이도 불법 복제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친고죄 이슈가 국내 중소 기업에는 그다지 큰 이슈가 아니었을까. 비친고죄를 놓고 찬반을 논했던 것은 대부분 외산 기업이었다. 공청회에서도, 토론회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친고죄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SW 불법 복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가 친고죄일 때에는 고객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고소할 수 없어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고객사가 등을 돌리면 성장의 발판조차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비친고죄가 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액수가 턱없이 적은 중소기업의 SW까지 일일이 불법 복제 현황을 수사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SW 불법 복제 근절을 위한 답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 SW에는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까지 한몫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외산 SW에 대해선 한마디 말 없이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면서도 국내 SW는 무조건 깎으려고 한다.
“고래 싸움만 보지 말고 새우는 어찌 되고 있는지도 좀 봐줬으면 좋겠다”는 국내 SW 기업 CEO의 말대로 이들을 위한 대책은 어디 없을지 궁금해진다.
문보경기자<컴퓨터산업부>@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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