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제가 무역보호주의에서 기술보호주의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에 걸맞은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술보호주의의 부상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선진제품 수입을 통제하는 무역보호주의에서 자국의 선진기술 유출을 통제하는 기술보호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불법적인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법규 정비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도체·휴대폰 등 세계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우리 제품이 늘면서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노리는 산업스파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시도가 적발된 적이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등 개도국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같은 선진기업조차 우리 기술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이미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법 같은 법을 만들어 자국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처벌 규정도 강화해 피해기업의 신고 없이도 조사 및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민사상 처벌은 물론이고 형사상 처벌까지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수합병(M&A)을 까다롭게 하는 것도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75년 외국인 투자 심사위원회(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S.)를 만들어 M&A와 직접투자를 심사하고 있는 미국은 4년 전 심사범위를 중요 기간산업과 중요 기술로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모든 외국인 직접투자를 CFIUS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CFIUS가 반대해 이스라엘 보안업체 체크포인트가 미 소프트웨어 업체 소스파이어를 인수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프랑스도 2005년 경영권인수방어법을 만들어 외국 자본이 11개 전략산업을 인수할 때 자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2003년 기술유출 방지지침을 제정한 바 있는 일본도 올해 M&A 사전신고 대상으로 로봇·전지·광학렌즈 같은 첨단기술 업종을 대거 추가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무역보호에서 기술보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핵심 기술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만 해도 6건에 그쳤던 기술 유출 사건이 해마다 가파르게 급증해 지난해에는 30건을 넘었다. 만약 이들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면 입을 피해액은 연간 17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기업 중 기밀유출 방지 전담 조직이나 전문인력을 두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은 첨단기술 유무가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유출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의 공조 강화가 필요하며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이 시스템 구축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내 보안 체계 구축과 상시 점검 체제마련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술보호와 기술쇄국은 다르다. 각국의 기술 보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세계의 기술교역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합법적인 기술은 철저히 보호하되 국제적 기술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은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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