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상파 DMB, 국제표준 채택이 끝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된 한국형 지상파멀티미디어방송(T-DMB)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파통신 부문 방송연구반이 T-DMB 기술표준 채택 여부에 관해 전 세계 195개국을 대상으로 회람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대다수 회원국 사이에서 뚜렷한 반대 움직임이 없는만큼 표준 채택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와이브로 기술이 ITU에서 제4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T-DMB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다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통신방송 융합을 선도하는 국가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실을 본 것은 그동안 한국 정부와 국내 IT업계 전문가들이 국제기구의 표준화 활동에 꾸준히 참가해 발언권을 높이고 외교력을 함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T-DMB가 국제표준으로 확정되면 국내 DMB업체의 해외 진출은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물론 내수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DMB업체가 국제표준 채택을 계기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한다.

 그동안의 성과를 감안할 때 세계 시장 진출이 결코 승산이 없는 싸움은 아니다. 이미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사업자가 T-DMB기술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노키아의 멀티미디어 방송 표준인 DVB-H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는 것을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유럽 내 정서를 잘 활용만 한다면 T-DMB기술이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T-DMB기술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된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 현재 T-DMB뿐만 아니라 일본의 ISDB·퀄컴의 미디어플로·노키아의 DVB-H 등도 ITU로부터 국제표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4개 기술이 모두 권고안으로 올라와 있는만큼 4개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4개의 멀티미디어방송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된다면 주도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 4개 표준은 각각 자신의 근거지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로 유럽은 DVB-H, 일본은 ISDB, 북미지역은 미디어플로 등이 강세다. 이 같은 영향력을 기반으로 각 진영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에 자칫 방심한다면 T-DMB 진영에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치밀한 해외 진출전략을 마련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세계 각 지역의 사업자를 만족시켜야만 4개의 기술이 군웅할거 중인 국제무대에서 T-DMB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선 새로운 방송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인 중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T-DMB가 단지 상용화에 성공한 ‘미완의 기술’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표준전쟁에서도 최종 승리자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현지 마케팅 전략과 최적화된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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