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빅뱅이 일어났다.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공급사인 블리자드와 ‘콜 오브 듀티’ ‘퀘이크’ 등 PC게임으로 유명한 액티비전이 내년 상반기 합병해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공룡 게임업체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합병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외형만 38억달러 규모로 기존의 세계 1위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매출 규모를 1억달러 이상 상회,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게임업체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특히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52%를 소유할 예정인 프랑스의 비벤디그룹은 게임·유료방송·음반·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매머드 기업이란 점에서 이번 합병이 게임은 물론이고 미디어·엔터테인먼트·통신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당장 게임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EA와 함께 전 세계 게임시장의 양대 축을 형성하면서 전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중·소규모 게임업체가 EA라는 공룡과 버거운 싸움을 벌여왔는데, 앞으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또 다른 공룡과도 맞서 싸워야 할 판이다.
이번 합병으로 온라인 게임·PC게임·콘솔 게임 간에 그어졌던 경계선도 점차 희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게임·PC게임·콘솔 게임 등 게임 플랫폼 간에 융합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정 게임 플랫폼에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른 플랫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게임시장의 역학관계는 한순간에 뒤바뀔수 있다. 당연히 세계 게임시장의 경쟁양상이 기존의 플랫폼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 급속도로 전환될 것이다.
전 세계 게임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게임업계 역시 태풍권 안에 진입했다. 우선 당장 국내 게임시장에 큰 파고가 밀려오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게임의 세계 진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는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위주의 시장 전략에서 탈피해 북미·유럽 등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EA 등 거대 공룡이 컨버전스 전략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공세에 들어간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 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개발사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EA 등 거대 게임업체의 개발 아웃소싱업체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액티비전이 몇몇 국내 게임업체와 자사 PC게임의 온라인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국내 애니메이션업체가 일본 애니메이션업체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한 것과 같은 현상이 게임업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휘몰아치고 있는 파고를 타고 넘기 위해서는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한단계 높아져야 한다. 이번 합병을 ‘강건너 불’처럼 인식했다가는 언제 큰코 다칠지 모른다. 우선 국내 게임업체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간에 아귀다툼만 벌여서는 승산이 별로 없다. 경쟁력을 갖춘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M&A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국·일본 등 게임업체와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온라인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등의 게임업체와 협력체제를 강화한다면 공룡 기업의 공세를 견디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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