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체가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생산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극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철저한 내부혁신에 따른 원가절감과 제조혁신이 중요하다. 특히 반도체가 공장 하나를 만드는 데 수조원이 드는 장치산업임을 감안하면 투자 시기도 중요하다. 어제 삼성경제연구소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리 업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는 지난해 기준 낸드플래시메모리 63%를 비롯해 D램 45%, 10인치 이상 대형 LCD패널 44%, PDP 50% 등 PDP만 제외하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이미 우리는 지난 90년 초반 세계반도체 시장이 불황일 때 과감한 투자로 일본기업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한 경험이 있다. 90년대 중반에도 일본 LCD기업이 2세대에서 3세대로 순차 투자할 때 3세대로 건너뛰어 투자하면서 일본 LCD업체를 따라잡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 사례는 반도체 분야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LCD와 메모리반도체는 지난 5년간 국내 GDP 성장에 7.3%나 기여할 만큼 국가적 효자산업이라는 점에서도 계속해서 우리가 세계시장을 이끌어야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격해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다. 우리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일본·대만 업체는 이미 공격 모드로 전환한 지 오래다. 이들은 서로 연대해 중국이나 대만에 공장을 지으며 기술협력 같은 제휴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대만 파워칩은 D램 증설을 위해 일본 엘피다와 손잡은 데 이어 일본 르네사스와도 제휴해 중국에 디지털가전용 비메모리반도체(LSI)를 공급하고 있다. 대만 난야도 독일 키몬다와 신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대만 LCD 1위 기업인 AUO는 인수합병 등 적극적 성장 전략을 통해 한국기업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일본 도시바는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준공하며 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 타도를 선언한 바 있다. 우리 못지않은 제조기술을 가진 일본업체가 생산 능력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몇 달 전에는 반도체 분야 대표적 시장조사기관 중 하나인 아이서플라이가 3년 안에 국내반도체 업체가 D램 주도권을 일본과 대만업체에 빼앗길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업체도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고 반도체 공정을 더욱 미세화하는 등 그동안 유지해온 세계시장의 우월한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1기가(Gb) D램 생산 비중을 계획보다 앞서 30∼40%까지 늘리려는 것도 이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하이닉스는 삼성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50나노급 1Gb D램 공정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더불어 내부 혁신과 설비 개조를 통한 원가절감 역시 중요함을 반도체 업계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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