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동양과 서양, 특히 아시아와 유럽의 사고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차이가 많지요. 유럽에서 로비활동을 하는 아시아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막한 ‘2007 아시아 유럽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서밋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히라쯔카 노부유키(38)씨는 유럽의 일본계 비영리 로비단체 구주일본계비즈니스협의회(JBCE)를 이끌고 있다. 공식 직함은 JBCE 사무국장. 유럽에 진출해 있는 전자·자동차·화학·철강 등 분야의 60여개 일본 기업이 회원사다. JBCE의 역할은 일본 수출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럽환경규제, 안전, 세제, 저작권 등을 직간접적인 로비를 통해 자국에 유리하도록 바꿔나가는 것에 있다.
“일본이나 한국의 문화는 어떤 규제를 가할 때 딱 떨어지는 규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단순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합니다. 국가별, 상황별로 해석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동양적 사고로는 절대 이해할수 없습니다.”
히라쯔카 국장은 JBCE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발효된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의 경우는 가이드라인만 나왔고 세부 사안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정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후반 유럽연합(EU)의 법 정비 및 통일작업이 시작되자, 98년 JBCE를 설립했습니다. 로비라는게 동양 문화권에서는 익숙치 않은 탓에 초기에는 좌충우돌했으나,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등 유럽지침초안 작성에 영향을 미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최근에는 RoHS·WEEE의 기술적합위원회(TAC) 논의 결과들이 JBCE가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제출한 자료와 동일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일본기업의 입장이 반영되는 EU 정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에도 JBCE와 비슷한 구주산업환경협의회(KECE)가 최근 출범했다.
히라쯔카 국장은 “일본과 한국은 산업군이 비슷해 환경분야에서도 이해 관계가 같은 경우가 매우 많다”며 양국간 협력 여지가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JBCE와 KECE가 정보교환 등을 통해 밀접한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는 말도 있지 않았다.
“2001년 소니는 EU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통관을 거부 당하는 사건에 직면해 엄청안 금전적 손해와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경험했습니다. JBCE와 KECE간 교류가 활발하면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이익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