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기본인데 지금 현대인에게는 디지털 전자제품이 공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거창한 비전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답은 뜻밖에 단순명료한 현실을 지적한 말이었다.
다음달말 부천종합터미널에 대형 복합전자쇼핑몰인 ‘소풍’을 문 열고 가전유통 시장에 뛰어드는 손석창 이노그룹 회장(45)은 강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지금도 많은 전자양판점이 있지만 누구나 들어가는 상권에 보편적인 상품 구색만을 갖추고 가격을 무기로 내세울 뿐입니다. 소풍은 분명 다를 겁니다. 무수한 잠재고객이 있음에도 접근성 때문에 찾아갈 수 없었던 곳을 발굴하고 프리미엄급 상품을 주력으로 삼아 한번 방문하면 가족 모두가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손 회장은 소풍이 온라인 유통채널의 가격 매력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덕분에 고객을 충분히 매료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개장을 앞둔 부천터미널의 소풍은 기존 전자 복합쇼핑몰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교통편. 부천터미널을 끼고 있으면서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경인고속도로 인근에 자리잡아 서울·수도권의 서부지역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제작비 25억원을 들여 지하 1층과 지상 5층을 관통하는 36m 높이로 제작중인 ‘생명의 나무’와 지상 4∼7층을 연결하는 하늘폭포·실내암벽 등은 손 회장의 ‘인간 제일주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화 예술적 감성을 한꺼번에 담고자 했던 욕심도 컸다”면서 “생명의 나무는 단일 조형물로 세계 최대 규모라 현재 기네스북 등재도 준비 중”이라고 귀뜸했다. 여기다 2000여평에 이르는 초대형 도심 온천 ‘워터조이’와 11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프리머스)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디지털 유통시장에 야심차게 발을 내딛은 이노그룹이지만 그동안 유통시장의 경험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선입견 탓에 성공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달았던 게 사실. 신규사업으로 해외 의류 유통사업을 시작하면서 설립한 이노무역도 지난 9월에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잠시, 손 회장은 17년간 건설사업에서 축적했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들려줬다. 그는 “운과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맨손으로 건설 시행사업을 시작한 뒤 전국 곳곳을 찾아 다니며 이제 ‘도시개발’은 머리 속에 꿰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유통에서 성패는 결국 정확한 상권 분석과 효율적인 개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1년 6월 이노건설을 설립해 단돈 2000만원으로 시작한 건설 시행사업은 이제 동종 업계 내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키워냈다.
손 회장은 이노그룹을 명실상부한 중견 그룹사로 키워내기 위해 해외사업과 유통·제조업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반드시 해보겠다는 애착이다. 자동차 부품 및 로봇 전문업체인 이지로봇과 엘리베이터 전문업체인 이노엔지니어링을 인수한 것도 이런 구상에서다. 그는 “무엇이든 결국 사람이 다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노그룹을 대학생이 입사하고 싶어하는 1위 기업으로 만드는 게 가장 큰 포부”라고 말을 맺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