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와 웹 서비스 제공 업체의 비밀번호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인터넷뱅킹서비스·대형 포털·온라인쇼핑몰 등 103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비밀번호 설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사이트의 77%가 비밀번호 설정 및 관리 측면에서 취약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조사 대상 사이트가 비밀번호 ‘최소길이’의 제약이 없거나 다른 사람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설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보호진흥원이 이번에 실태 조사를 벌인 103개 사이트는 인터넷 사용자가 비교적 빈번하게 접속하는 곳이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까지 감안하면 비밀번호 관리 실태는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비밀번호 관리가 허술함에 따라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금전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문적인 해커들이 해킹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밀번호로 자주 사용하는 특정인의 생일·전화번호·회사 이름 등을 입력, 손쉽게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탈취해 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ID와 비밀번호에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ID나 비밀번호의 경각심이 과거보다 많이 희석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선 사용자의 인식전환이 급하다. 안전 불감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 업체가 보안대책을 마련해주면 되겠지 하고 안이한 생각을 많이 가졌는데 이런 구태연한 생각으로는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을 해소할 수 없다. 사용자가 먼저 철저한 보안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하나의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복수의 사이트에 가입하는 상황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하나의 ID와 비밀번호로 여러 사이트에 두루 가입하는 게 편리하기는 하지만 해킹당하기 쉽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중요도에 따라서 ID와 비밀번호를 따로 만들고 관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도 비밀번호 안전 불감증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 일부 지방은행 가운데는 숫자로만 구성된 비밀번호를 이용해 회원가입이나 계좌조회 등 금융서비스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금융기관마저 이런 정도라면 다른 기관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철저하게 비밀번호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해커의 표적이 되기 쉬운 ID나 비밀번호는 애초에 등록이 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8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나 ID의 보급에도 힘써야 한다.
일부 서비스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밀번호 변경 주기 알림 서비스나 보안수준 알림 서비스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사용자도 자신의 비밀번호를 보다 소중하게 관리하게 될것이다. 사용자와 서비스업체 모두 철저한 보안 의식을 가질 때 지금보다 훨씬 건전하고 안전한 인터넷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