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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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조선·철강·가전산업에서 우위를 뺏기고도 무역수지 강국이 될 수 있는 힘은 바로 문화콘텐츠산업에 있습니다.”

 2001년 8월 초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에 선임된 후 지난 6년간 국내 문화콘텐츠산업 기반 조성에 앞장서 온 서병문 원장(59)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산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나타냈다. 서 원장의 정식 임기는 지난 1일로 끝났지만 후임 원장 선임이 늦춰지면서 후임 원장이 올 때까지 콘텐츠진흥원의 업무를 돌보고 있다.

 그에게 지난 6년간 콘텐츠진흥원장을 지내며 가장 보람찼던 부분을 묻자 “많은 사람에게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란 답이 돌아왔다.

 “문화콘텐츠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꼽히면서 6T에 문화산업기술(CT)도 포함됐죠. 그게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정책과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서 원장은 일례로 “일본 문화콘텐츠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인 ‘일본 국제 콘텐츠 페스티벌(코 페스타)’를 방문했을 때 도쿄 필하모닉이 주제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 광경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국립교향악단이 게임쇼나 문화콘텐츠 관련 행사에 나와서 연주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까지 ‘딴따라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몇년 전부터 해마다 줄어드는 문화산업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현재 콘텐츠진흥원의 예산은 연간 500억∼600억원 정도.

 서 원장은 “이는 타 산업군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하나 정도의 수준에 불과할 정도”라며 “설비 놓고 물건 찍어내는 산업이 아니니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꼽았다면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위상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최근 들어 KT·SK텔레콤·CJ 등 대기업이 문화콘텐츠산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방식으로 기업을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휴나 공동제작·투자를 하는 것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서병문 원장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알린 만큼 조직 문화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든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서 원장은 “지원기관이다 보니 돈을 나눠주는 사업이 대부분인데 그 과정에서 6년 동안 접대를 받았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60세까지만 월급쟁이 생활을 하고 이후에는 베푸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서병문 원장. 그는 후임 원장이 정해지는 즉시 설립 때부터 몸담았단 콘텐츠진흥원을 떠나 단국대 멀티미디어공학과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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